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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만나러 간다' 말에 속아‥강제동원 79년 만에 배상 확정

'언니 만나러 간다' 말에 속아‥강제동원 79년 만에 배상 확정
입력 2024-01-25 20:10 | 수정 2024-01-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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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중에는 10대였던 언니와 동생이 나란히 끌려갔던 자매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아흔다섯 살 김성주 할머니, 그리고 아흔세 살 김정주 할머니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언니와 동생이 차례로 배상 판결을 확정받는 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전범 기업인 후지코시가 동생 김정주 할머니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오늘에서야 확정이 된 건데,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사과하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44년, 15살 김성주 할머니는 공부하러 간다는 선생님 말만 믿었다가 일본 미쓰비시 비행기 공장에 끌려갔습니다.

    1년 뒤 14살 동생 김정주 할머니도 언니를 만나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행 배에 올랐습니다.

    도착한 곳은 일본 후지코시 군수공장.

    자매는 낯선 일본땅, 2백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공장에서 각각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김정주 할머니(지난해 8월)]
    "우리도 죽겠구나, 고향에 못 가겠구나, 고향에 못 가고…참 저녁에 많이 울었죠."

    지난 2000년부터 일흔이 된 자매는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습니다.

    2011년 일본 법원에서 끝내 패소하자 우리 법원에서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김정주 할머니(지난 2012년, 도쿄 후지코시 본사)]
    "이야기를 하자, 이야기를 하자고…"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확정 판결 때 언니는 먼저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5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할머니가 끌려간 지 79년 만에 후지코시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김정주 할머니]
    "재판했던 양반들은 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정말로 마음이 아픕니다."

    미쓰비시, 일본제철에 이어 히타치조센과 후지코시까지, 이로써 대법원이 미뤄온 강제동원 소송 12건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겼는데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김정주 할머니]
    "일본에서도 조금 보상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만 해줄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는 "극히 유감스럽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기업이 아닌 제3자인 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한다"는 입장입니다.

    작년 말 최종 승소한 히타치조센 피해자 1명은 히타치가 우리 법원에 담보로 맡겨둔 공탁금 6천만 원을 찾는 절차에 들어갔는데, 일부라도 일본 기업 돈을 받아낸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 영상편집: 김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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