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성인 남성이 오픈 채팅방에서 만난 열두 살 어린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 얼마 전에 전해 드렸죠?
오픈 채팅은 전화번호나 이름, 나이까지, 모든 걸 숨긴 채 익명으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남성은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속여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실제로 오픈 채팅의 이런 특성을 악용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송정훈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남자친구를 구한다는 제목의 대화방을 열었습니다.
방주인은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적었습니다.
채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여러 명으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이 중엔 아예 성인이라 밝힌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32살이라 밝힌 남성은 대뜸 '키스를 해봤냐', '키스를 하자'고 하더니 만나자고 말합니다.
약속을 잡으려 하자 이번엔 음성 대화를 요구합니다.
"<여보세요?> 월드컵경기장역 거기로 가면 돼? <카톡으로 말할게요> 우리 키스할까?"
잠시 뒤 약속 장소에 흰 패딩점퍼를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초롱초롱 무지'님 아니세요?> 네? <'초롱초롱 무지'님 아니세요?> 그게 뭐예요?"
기자가 다가가서 말을 걸자 남성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황급히 차를 몰고 달아났습니다.
또다른 20대 남성.
오픈채팅에서 '안아주는 걸 좋아하냐', '스킨십은 안 좋아하냐'는 질문을 늘어놓더니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남성은 기대했던 초등학생이 아닌 취재진을 맞닥뜨리자 멈칫하더니 슬슬 내뺐습니다.
[20대 남성]
<말씀 좀 여쭐게요. 저희 MBC에서 나왔는데 성인인데 미성년자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뭐예요?>
"딱히 없어요."
<딱히 없어요? 성적으로 접근할 목적은 아니었던 거예요?>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에요."
<'오픈채팅에서 미성년자 만날 수 있다' 이런 건 어떻게 안 거예요?>
"그거를‥ '미성년자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는 안 했고요.)"
연령 제한이 따로 없는 오픈채팅은 어린 아이들도 이용이 가능해, 실제 14년생, 10살 등의 키워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두 숨기고 대화가 가능해, 만약 성범죄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한다 해도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MBC뉴스 송정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유다혜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송정훈
[집중취재M] '초등생이라 밝혔는데도‥' 오픈채팅에선 대체 무슨 일이
[집중취재M] '초등생이라 밝혔는데도‥' 오픈채팅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4-01-25 20:17
|
수정 2024-01-25 20:25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