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고층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가 한두 시간만 멈춰도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런데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일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언제 운행이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건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제보는 MBC, 변윤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96년에 지어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지상 15층에서 최고 26층까지 다섯 개 동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1층 현관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이렇게 운행 정지를 알리는 구청의 안내문이 적혀 있습니다.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는 고층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쌓여 있는 택배들이 있습니다.
단지 내 엘리베이터들이 정밀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운행이 중단된 겁니다.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높은 층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덕례/19층 주민]
"나이가 70인데… 19층까지 올라다니려니 이게 말이 안 되고… 택배 이런 것도 오면 또 들고 갈 일도 걱정이고…"
계단은 하루 종일 주민들의 힘겨운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선 아파트의 1층 계단입니다. 지금 시각이 10시 49분인데요. 이 아파트 꼭대기층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올라가는 도중에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주민과 마주쳤습니다.
[23층 주민]
"23층에서 내려왔습니다… 핸드폰을 놔두고 와서 다시 또 올라가야 합니다."
기자가 아파트 꼭대기 25층까지 올라가는 데 15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원정/25층 주민]
"목 디스크가 있어서 매일 병원을 다녀야 되는데 계단 오르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고… 개인한테는 재난 수준이고요."
운행 중단된 엘리베이터는 단지 내 17대 중 10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운행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3년 전 정기검사에서 해당 승강기들은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요청으로 3년간 조건부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부품이나 승강기 전체를 교체했어야 했지만 이를 감당한 장기수선 충당금이 부족해 시간만 보낸 겁니다.
구청은 두 차례 더 조건부 연장을 해 줬고 안전상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지난 18일 운행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자 아파트 측은 오는 2월부터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를 시작할 예정인데도 무리하게 운영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법이 사람 위에 있지 지금… 사람이 법보다 못한 거예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구청에 구급차와 자원봉사자 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MBC뉴스 변윤재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영상편집: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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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변윤재
[제보는 MBC] 기약없는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아파트 주민들 "재난 수준"
[제보는 MBC] 기약없는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아파트 주민들 "재난 수준"
입력
2024-01-25 20:21
|
수정 2024-01-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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