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믿을 수 있나'‥7년 만에 '무죄' 답변 내놓은 법원

◀ 앵커 ▶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시작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17년,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따로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건데요.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판사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것으로 잠정 결론냈지만, 5년이나 걸린 1심 재판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형사 처벌할 수 없다..하지만, 법복에 가려져 있던 고위 법관들의 적나라한 행태들이 발가벗겨지면서 이 사건은 법원 신뢰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되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대법원 법원행정처 소속이던 이탄희 판사가 사직했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동향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뒤 법복을 벗은 겁니다.

'물의 야기 판사 명단',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도 뒤따랐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시한 '셀프조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덮었습니다.

하지만, 신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뒤 재조사를 벌인 결과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한동훈 수사팀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복 대신 수의를 입고 구속수감됐습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2018년 6월)]
"대법원의 재판이나 하급심의 재판이건 간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습니다."

전현직 고위법관 14명이 판사석이 아닌 형사법정 피고인석에 세워졌습니다.

수사와 재판에선 법복에 감춰진 사법부의 맨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판사들의 익명 카페에 몰래 가입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외교부 장관을 만나 강제동원 소송을 미루자고 의논했습니다.

대법원장은 집무실에서 일본 전범기업측 김앤장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최고 법관들은, 법에 보장된 절차를 철저하게 요구했습니다.

"검찰 진술을 못 믿으니 증인을 불러달라"

"인사가 나 재판부가 바뀌었으니 이제까지 재판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1810일, 4년 11달 동안 290번 재판이 열렸습니다.

'사법농단' 사태는 국민들에게 법원을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을 남겼습니다.

법원은 자신들의 전직 수장에게 형사처벌할 정도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법정 판단과 별개로 부적절하다는 처신이었다는 비판 있는데, 그에 대해서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

재판을 받은 전 현직 고위 법관 14명 중 6명은 이미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까지, 5명은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현재까지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건 단 2명뿐입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정인학/영상편집: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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