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남편에게 니코틴을 먹여서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이 선고됐던 아내에 대해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는데요.
오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니코틴 원액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몰래 먹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살해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정훈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1년 5월 한 40대 남성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숨졌습니다.
숨지기 전날과 당일 남성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섭취했는데 검찰은 30대 아내가 이 음식에 니코틴 원액을 넣어 남편에게 건네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아내의 살인을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여성이 미숫가루와 흰죽, 물 모두에 니코틴 원액을 탔다고 봤고, 2심은 가장 마지막으로 건넨 물에만 이 원액을 탄 것으로 판단했지만 형량은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아내가 준 음식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니코틴을 마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또 당초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남편이 평소에 흡연을 했고 니코틴 배출용 알약을 차에 뒀다는 추가 진술도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원심은 아내가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했을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범행 동기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7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재판부는 4차례 변론절차를 거쳐 오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니코틴을 마실 경우, "혓바닥을 찌르거나 타는 통증이 느껴져 이를 몰래 마시게 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자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숨진 남편이 아내의 외도를 알고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고, 사망 당시 경제적인 문제와 부친과의 불화도 있었다"면서 "여러 문제로 불안정 정서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내의 변호인 측은 "열 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선 안 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오늘 살인 혐의 무죄선고에 따라 아내는 곧바로 석방이 됐습니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하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정훈입니다.
영상편집: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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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송정훈
징역 30년 '남편 니코틴 살인 사건'‥파기환송심서도 무죄
징역 30년 '남편 니코틴 살인 사건'‥파기환송심서도 무죄
입력
2024-02-02 20:00
|
수정 2024-02-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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