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조희형 기자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산은 서울 종로구의 인왕산입니다.
조선시대 한양 도성의 유적이 남아있고,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등장하는 산이죠.
시민의 휴식처이자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이 산에 최근 철심 수십 개가 박혔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왕산의 '기차바위'입니다.
그런데 등산로 옆 바위자락을 보니 쇠사슬 뭉치들이 쭉 박혀 있습니다.
'볼트'라는 구조물로, 암벽등반을 위해 밧줄을 거는 장치입니다.
세어보니 약 100개에 달합니다.
누가 설치한걸까.
지난해 10월 누군가 바위에서 드릴로 구멍이 뚫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50여년 경력의 등반가 곽모씨였습니다.
등산객들이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영호/인왕산악회]
"최소한의 볼트만 박고 올라가는 걸로 다들 이렇게 암묵적인 합의가 돼 있는 건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인왕산이 너네 꺼니? 나는 이런 권리가 있어'…"
지난해 10월 신고를 접수한 종로구청은 곽씨에게 한 달 안에 자진 철거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여태 그대로입니다.
볼트를 발견한 산악회가 나서서 제거해보기로 했는데요.
저도 이렇게 전문 보호 장비를 차고 내려가서 시도해 보겠습니다.
바위에 깊이 박힌 못은 성인 남성이 장비를 이용해도 빼기가 쉽지 않습니다.
겨우 못을 빼도 완벽한 복구는 불가능합니다.
곽씨를 찾아가봤습니다.
곽씨는 이미 볼트가 10개 정도 있었고 모두를 위한 등반로 개척이라 문제 될 게 없다면서 이전에도 북한산 인수봉, 심지어 미국 요세미티에도 같은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곽 모씨/인왕산 '볼트' 설치]
"그 좋은 데가 몇 십년 동안 놀고 있으니까 앞으로 좀 다녀라 산에 다니는 사람들, 암벽등반하는 사람들…그래서 내 돈 들여서 해주니까 고맙다는 말은 안하고‥"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산림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볼트 설치를 이유로 처벌을 받은 전례는 없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음성변조)]
"이게 다 산림 훼손으로 보고 금지시켜버리면 산림 레포츠 활성화 측면에서는 또 이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산림청과 종로구청은 곽씨의 자진철거를 계속 유도하되 거부할 경우, 수사의뢰와 강제 철거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로간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 김백승, 이상용 / 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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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희형
[바로간다] 인왕산 바위에 박힌 '철심 수십개'‥처벌 안된다?
[바로간다] 인왕산 바위에 박힌 '철심 수십개'‥처벌 안된다?
입력
2024-02-07 20:06
|
수정 2024-02-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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