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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해서 재계약 탈락?‥폐가전 수거 기사에 무슨 일?

노조해서 재계약 탈락?‥폐가전 수거 기사에 무슨 일?
입력 2024-02-13 20:38 | 수정 2024-0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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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삼성, 엘지 같은 가전회사들은 지난 2010년부터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을 회수하고 재활용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이 공동으로 비영리 법인을 만들어서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일을 맡겨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이 폐가전 수거 기사들이 회사로부터 무더기로 재계약을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이재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자신의 키보다 높은 냉장고를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끌어 올립니다.

    그러다 손이 미끄러지면서 놓칠뻔했지만 가까스로 붙잡습니다.

    폐가전 수거 업무를 11년째 해온 한규포 씨에게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한규포/폐가전 수거기사]
    "저 같은 경우에도 작년에만 한 세 번 다쳤으니까. 벽이나 이런 데 부딪히기도 하고 미끄러지면 가슴 찰과상도 입고."

    기사들이 하루 평균 30건에 달하는 폐가전을 운반하다보면, 손가락이 골절되거나, 찢어지고, 다리가 긁히거나 베이는 사고가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치료비는 사측으로부터 전혀 지원받지 못합니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입니다.

    폐가전 수거 회사와 1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는 불안한 신분도 발목을 잡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전국 폐가전 기사들은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사측은 32명의 기사에게 재계약 거부를 통보했습니다.

    수거했다고 보고한 폐가전 종류나 숫자를 실제보다 부풀려 부당하게 수수료를 타갔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전국 150여 명의 기사가 1년 동안 평균 3만 개씩 폐가전을 수거하는데 회사는 많게는 개인당 38건을 문제 삼았습니다.

    기사들은 수거 기준이 모호하고 바쁜 업무 중 발생한 단순 실수였다고 주장합니다.

    [임대명/재계약 탈락 수거기사]
    "(불일치 건당) 1천 원 2천 원 정도 차이밖에 안 되고 저희가 그거 가지고 열심히 모아서 부당이득을 취득하기엔 너무 작은 돈인데."

    그런데 확인해보니 재계약이 안 된 기사 32명 가운데 31명이 노조 가입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사들은 사측이 조합원들에게만 불이익을 준 거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사측 임원이 그동안 노조와 위원장을 비난하는 말을 해온 것도 의혹을 키웠습니다.

    [이순환/거버넌스 임원(지난해 7월)]
    "삼성, 엘지랑 한규포(노조위원장)랑 니랑 싸울 거 아니잖아. 나한테 그럼 힘을 실어줘야 될 거 아이가. 노조 있으면 나 이길 자신 있나?"

    이에 대해 사측은 "폐가전 수거 업무는 환경부 관리·감독 업무로 투명성이 중요해, 비위가 다수 발견된 기사와 재계약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노조 탄압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외부 전문가와 함께 심사해 재계약 여부를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이원석 / 영상편집: 민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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