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삼청교육대와 형제복지원.
이 두 곳은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국가 권력에 의해 끔찍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당시 20대였던 한 청년이 삼청교육대에 이어 형제복지원까지 잇따라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했는데, 40여 년 만에 이제 60대가 된 이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선 박정희 유신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바로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에 살던 22살 청년 제정화 씨는 박수를 치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경찰에게 폭행당하며 체포됐습니다.
유신헌법 비판을 금지한 긴급조치 9호를 어겼다는 이유였습니다.
[제정화/삼청교육대·형제복지원 피해자]
"(옆에) 서서 박수 치고 '유신철폐'도 같이 외치고, 워커발로 밟히고…"
2주 뒤 석방됐지만,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잡은 이듬해, 경찰은 제 씨를 다시 붙잡아 삼청교육대에 보냈습니다.
한 달간 가혹행위를 당한 제 씨는 이때부터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게 됐습니다.
3년 뒤 또 찾아온 경찰은 이번엔 제 씨를 정신질환자나 부랑아를 강제수용했던 형제복지원에 다시 가뒀습니다.
[제정화/삼청교육대·형제복지원 피해자]
"숨만 쉬면 오른쪽이 아프고 왼쪽이 아프고 이래 갖고… (형제복지원에서) 죽으면 전부 자연사 처리하고… 맞아 죽었다는 게 하나도 안 나오고…"
강제노역과 구타에 시달리던 제 씨는 1986년에야 목숨을 걸고 탈출했고 과거를 숨긴 채 공사장 일용직으로 살아왔습니다.
[제정화/삼청교육대·형제복지원 피해자]
"말도 없이 살아온 역사입니다. 그것도 다 잊어먹고 산답니다."
40여 년 만에 법원이 국가가 제 씨에게 3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부마민주항쟁 때 체포부터, 삼청교육대 입소, 형제복지원 수용까지 제 씨가 겪은 일들을 모두 위법한 국가폭력으로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평범한 20대 청년이 겪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컸을 것"이라며 "국가가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너무 오래 피해를 회복해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정화/삼청교육대·형제복지원 피해자]
"40년 만에 그거라도 인정해 주니까, 그것도 감사하더라고요."
법원은 2023년부터 삼청교육대 피해자에게, 또, 작년 말부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과거 군사정권의 국가폭력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정지호 / 영상편집: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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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윤상문
삼청교육대 나오자 형제복지원 끌려가‥40여 년 만에 국가배상
삼청교육대 나오자 형제복지원 끌려가‥40여 년 만에 국가배상
입력
2024-02-16 20:22
|
수정 2024-02-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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