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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난 보복 편지 말고 회복 편지를 보낼래"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난 보복 편지 말고 회복 편지를 보낼래"
입력 2024-02-17 20:18 | 수정 2024-02-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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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부산 돌려차기' 사건 기억하시죠.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던 강간 살인미수 사건인데요.

    이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가 두려워 숨는 대신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가 이번에는 제2, 제3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책을 출간합니다.

    필명 김진주 씨를 조재영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디자이너로 일하던 진주 씨, 사회생활 5년차쯤 접어들었을 때 생각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김진주/작가]
    "그때쯤이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어요. 아, 왜 이렇게 평범해지지…?"

    2022년 5월, 그 평범한 일상 속 귀갓길.

    본인의 이름 대신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로 불리게 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살인미수죄만 적용된 1심, 징역 12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김진주/작가]
    "누가 봐도 성범죄와 관련된 증언들이 있고 그런 증거들이 있는데, 왜 사법체계는 이걸 놓친 거지?"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고 진주 씨가 직접 목소리를 낸 뒤에야 증거들이 인정됐고, 죄명이 바뀌었고, 20년형이 내려졌습니다.

    그 과정이 오롯이 한 권의 책에 담겼습니다.

    고통의 시간조차 '진주처럼 단단해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필명을 지었습니다.

    [김진주/작가]
    "죽지 않았음에도 이게 '죽는 것이 다행인가, 아니면 죽었어야 마땅했나' 이런 고민들을 했던 게 그대로 담긴 제목인 것 같고요."

    책은 본인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100명 가까이 만났고, 뭐가 바뀌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김진주/작가]
    "(피해자는) 재판 방청을 하면 그냥 방청석에 앉아야 되고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여실히 보여요. 사실 그래서 많은 피해자 분들이 참석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돌려차기 피해를 입고 뇌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있을 때,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던 진주 씨.

    [김진주/작가]
    "범죄 피해와 관련돼서는 휴직 제도도 없고 그와 관련된 지원 제도도 굉장히 어려워요. 많은 분들이 '아, 진짜 범죄 피해자가 안 돼 보면 모른다'…"

    그래서 범죄 피해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준비 중입니다.

    '범죄피해자연대' 모임을 꾸렸고, 피해자를 돕는 공익 브랜드의 배지는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책의 맨 마지막은 진주 씨가 가해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난 보복 편지 말고 회복 편지를 보낼래'라고 쓴 진주 씨는, '네가 나올 20년 뒤에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김진주/작가]
    "피해자의 회복을 먼저 하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됐으면 좋겠다. 법은 피해자의 편이 되지 못하더라도 사람은 피해자의 편이 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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