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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이렇게 작성된다"‥인사팀원들의 증언

"블랙리스트 이렇게 작성된다"‥인사팀원들의 증언
입력 2024-02-19 20:15 | 수정 2024-02-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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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도 MBC의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쿠팡은 MBC가 보도한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쿠팡에서 근무했던 인사 담당자들은 문제의 리스트가 분명 존재했고, 이는 '명백한 블랙리스트'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리스트는 현장 관리자부터 본사 인사팀까지 단계 별로 작성이 되고 관리가 되는데, 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이 상당 부분 자의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일반 계약직은 레벨1, 현장 관리자는 레벨2.

    쿠팡 직급은 게임 속 캐릭터 등급처럼 레벨로 나뉩니다.

    [쿠팡물류센터 현장 관리자/쿠팡 직급 : 레벨2 (음성변조)]
    "그다음 해요. 그냥 얼른 하세요. 사원님, 쳐다보지 말고 다 찍어요."

    일손이 느려도,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오래 있어도 찍힙니다.

    무엇보다 상위 레벨과 사소한 마찰이라도 일어나면 자칫 불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PNG리스트 등재자/사유 - 고의적 업무 방해]
    "신규 프로모션, 그걸 걸더라고요. 원래 일당에서 5만 원 더 주고, 또 어떤 날은 7만 원 더 주고. 그게 안 들어온 거야. 나중에. 그래서 그걸 따졌죠. 그때부터 트집을 잡는 거예요."

    레벨2부터 레벨5까지, 현장관리자와 매니저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일단 이름이 거론되면 블랙 후보가 됩니다.

    [A 씨/쿠팡 물류센터 인사팀 퇴직자 (음성변조)]
    "카카오톡이나 팀즈를 통해서 매니저한테 저희가 보고를 올리면 그분이 정리를 해서 채용팀에 전달하는 거죠. '이 사람 따봐. 하루 종일 몇 개 했어?', '이 사람은 하루 종일 300개 했어? 잘라.'"

    이렇게 전달된 명단은, 센터별 채용팀에서 엑셀 파일로 정리한 뒤 본사 전산망에 올렸다고 합니다.

    [쿠팡 물류센터 인사팀 퇴직자 B]
    "엑셀 파일로 정리가 돼 있어요. 관리자랑 싸웠던 사람이라든지,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든지, 거부된 사람 명단 그게 싹 떠 있어요. 거기에 왜 거부됐는지."

    [쿠팡 물류센터 인사팀 퇴직자 C]
    "<근무하실 때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신 적 있으세요?> 제가 그거를, 저희 쪽 부서는 인사팀에서 채용팀이어서 아예 그 블랙리스트를 작성을 했거든요."

    재채용이 금지된 기피인물 명단.

    'PNG 리스트'에는 도난 사건(250명), 성희롱(210명), 폭행 사건(71명)처럼 명백한 잘못이 지적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직원들은 사규에 따라 징계도 하고, 해고도 할 수 있습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인사위원회 운영규정은 이런 징계 대상을 23가지로 규정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인사발령 규정에는 채용금지 항목까지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징계 해고 2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5년이 지나면 채용금지는 해제해야 됩니다.

    그런데도, 일과 삶의 균형(128명), 자기개발(116명)을 이유로 퇴사한 사람들조차 재채용을 금지했습니다.

    심지어 육아나 가족 돌봄(105명), 군입대(11명) 때문에 관둬도 쿠팡에선 다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일단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면 LMS라 불리는 쿠팡 노무관리시스템에서 자동 분류되고, 전국 모든 쿠팡 물류센터에서 영구적 또는 일정 기간 채용이 거절되는 겁니다.

    [쿠팡 물류센터 인사팀 퇴직자 C]
    "그냥 그렇게 전산 처리를 해놓으면 자동으로 걸러져요. 뭔가 결정, 신청 이런 구별 같은 것도 없어서 너무 간단한 작업이어서. 블랙리스트란 게 말 한마디였거든요. '그냥 올려' 끝이에요."

    전체 16,450명 가운데 8,774명(53%).

    이들은 정상적 업무수행 불가능(4,432명), 비자발적 계약종료(3,376명), 고의적 업무방해 및 지시 불이행(966명)을 이유로 PNG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사규나 절차보다는, 현장관리자와 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A 씨/쿠팡 물류센터 인사팀 퇴직자 (음성변조)]
    "그 사유는 솔직히 내가 잘못을 안 했어도 그냥 글씨로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매니저급 이상 분들이 정말 사적인 감정으로 '이 사람이 일할 예정인데 못하게 하고 싶다'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본사 인사팀에 근무했던 한 퇴직자는 재입사 제한을 거는 것도, 해제하는 것도 잠실 책임자 'Matt님'의 최종 승인이 필수라고 증언했습니다.

    [D 씨/쿠팡 본사 인사팀 퇴직자 (음성변조)]
    "모든 센터마다 작성자이신 00님, 00님, 00 이런 분들께서 취합을 합니다. 그런 다음에 취합 후에 Matt님 결재를 받고 최종적으로 선정을 해서 올립니다. <최종 매트 결정?> 맞습니다. 네."

    PNG 리스트가 '출처불명의 문서'라고 부인하던 쿠팡은, 하루 만에 '영업기밀 자료'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또 MBC가 공개한 피해 당사자 43명의 인터뷰 가운데 3건은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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