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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거'로 내모는 기초수급‥"일 하다 탈락할까 봐‥"

'폐지 수거'로 내모는 기초수급‥"일 하다 탈락할까 봐‥"
입력 2024-02-21 20:30 | 수정 2024-02-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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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처럼 위기의 가구가 갑자기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을 하면 졸지에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수급 기준을 조금만 넘어도 탈락을 하다 보니까, 수급자들은 생계를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폐지 수거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그 현실을 남효정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우산도 없이 집을 나서는 76살 이 모 씨.

    동네 골목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습니다.

    [이 모 씨/76세]
    "비가 와서 안 내놨나 병이 없어. 어떡해."

    겨우 찾은 폐지 더미는 비에 젖어 쓸모가 없습니다.

    [이 모 씨/76세]
    "저 정도 젖었을 때는 안 가져가, 내가. 분리하기가 내가 힘들어."

    쓰레기를 한참 뒤져 찾아낸 소주병 6개.

    병 하나에 50원이니, 오늘은 300원을 벌었습니다.

    [이 모 씨/76세]
    "(한 달에) 어떤 때는 3만 원 조금 넘고, 어떤 때는 안 될 때 있고 그래."

    고령에 혼자 사는 이 씨의 생계비는 연금과 기초생활 수급비를 합쳐 한 달에 70만 원가량.

    살림에 보태려 일자리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석 달 평균 소득이 기준을 넘어서면 수급자에서 탈락한다는 얘기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결국 이 씨가 할 수 있는 건 폐지 수거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 씨/76세]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많아. <할머니 말고도 딴 분들도 담으러 다닌다…> 응."

    기초생활 수급자인 59살 박 모 씨는 일용직 일을 시작했다가 이내 그만뒀습니다.

    수입의 70% 만큼 기초생활 수급비에서 깎아 버리니, 일을 안 하는 게 나았습니다.

    [박 모 씨/59세]
    "하루 일당을 한 10만 원, 20만 원 받았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걸 (수급비에서) 차감해버린다니까요. 일을 해도 하루종일 얼마가 또 까지니까 그게 또 딱 두려움이 생겨버리는 거예요."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단기 일자리를 구했다가 수급자에서 탈락했다거나, 주말 아르바이트만 해도 탈락할까 걱정된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급자들은 일을 못하면 경험을 쌓고, 능력을 기를 기회도 얻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최 모 씨/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능력을 좀 더 키워서 내가 좀 더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들이 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일하는 수급자가 수입을 더 가져갈 수 있게 개선하거나, 일자리가 안정될 때까지 수급 탈락을 미뤄주는 등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조민우 / 자료조사: 안은진, 여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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