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사라진 2·28운동 기념사‥'이승만 띄우기' 영향?

◀ 앵커 ▶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대구 2.28 민주 운동, 지난 2018년부터 국가 기념일로 지정이 됐습니다.

오늘 기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기념사에는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요.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독재'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 소식은 이용주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1960년 2월 28일.

대통령·부통령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최대 정적인 장면 박사의 대구지역 유세가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참석을 막기 위해 대구 8개 고등학교에 일요일 등교 지시가 내려졌고, 학생 2천여 명은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라며 가두시위에 나섰습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운동입니다.

지난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올해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총리는 2·28 운동의 의미를 평가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오늘)]
"대전의 3·8 민주 의거와 마산의 3·15 의거로 이어지고, 4·19 혁명으로 민주화의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작년)]
"독재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는 2천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작년을 포함해 그간 모든 기념사에서 독재라는 단어는 한번도 빠진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독재가 없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부쩍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22일, 민생토론회)]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의 기초를 다지신 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셨습니다. 연구개발의 토대를 닦았습니다. 실로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방부는 이승만을 '혜안의 지도자'라고 기술한 정신교육 교재를 냈고, 국가보훈부는 올 1월의 독립운동가로 이 전대통령을 단독 선정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 옆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여권 지도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 영화 건국전쟁에 대한 릴레이 관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방학진 기획실장/민족문제연구소]
"우리 헌법에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2·28 의거 기념식에서 독재와 싸웠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과연 누구와 싸웠단 말입니까?"

항거 이후 50여 년 만에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의의는 역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교훈을 찾자는데 있습니다.

무엇에 대해 항거했는지가 빠진, 독재가 빠진 기념사는 그것이 공은 드러내고 과는 숨기고 싶은 이유에서라면 교훈도 없습니다.

MBC뉴스 이용주입니다.

영상편집: 류다예 / 사진제공: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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