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해안초소에서 숨진 아들‥"국가 은폐·부실수사 배상하라"

◀ 앵커 ▶

지난 2002년 강원도의 한 해안 초소에서, 초병 두 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군은 가혹행위를 당하던 후임병이 선임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을 냈고, 어머니는 이를 믿을 수 없다면서 항의를 했지만 20년 가까이 묵살돼 왔습니다.

아들이 죽은 지 22년 만에, 사건 은폐와 부실 수사에 대해서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2년, 강원도 강릉의 해안초소에서 박성식 일병이 선임 1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육군 헌병대는 선임으로부터 질책을 듣고 폭행을 당한 박 일병이, 선임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미숙/고 박성식 일병 어머니 (지난 2002년)]
"저희 아들 죽음에 대해서 아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육군이 발표한 시신과 총기 위치는, 최초 발견자나 소방관·경찰관의 말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육군은 초소에서 나온 혈흔을 석 달 지나서야 감정의뢰해, 유전자조차 확인 못했습니다.

수사자료를 보여달라고 하자 쫓겨났습니다.

"상처 없으시게 잘 모셔라."

어머니는 수십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2004년에도, 2005년에도, 또 2009년에도 재조사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19년이 지나,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당시 근무부터 수사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고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후임병을 상습폭행해 영창에 가야 하는 선임자를 사람이 없다며 근무시킨 데다, 현장을 숨기고 부실수사했다는 겁니다.

법원은 아들의 죽음 22년 만에 국가가 어머니에게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헌병대는 자녀를 군에 보낸 보호자에게 진실을 알려야 하는데도, 억울함과 오해가 없도록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아, 유족들이 위로 없이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미숙/고 박성식 일병 어머니]
"지금 22년 동안 제가 아직도 이러고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사과'라는 자체가 없어요…스스로 이제 지쳐서 포기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법원은 "국가 책임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 소멸시효는 없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편집: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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