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구나연입니다.
현재 15층짜리 지식산업센터가 있는 이곳은 불과 3년 전까진 주유소가 있던 자리입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새 전국에 주유소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말끔히 철거돼 다른 시설이 들어서는 건 일부 대도시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대부분 무기한 휴업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홍천군을 지나는 56번 국도 위에 녹슨 주유소 표지 하나가 우뚝 서 있습니다.
표지를 따라 들어가 봤습니다.
주유시설 주변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고, 마지막 영업이 언제였는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엉망입니다.
이 커다란 부지에 크고 작은 폐기물들은 물론이고 이렇게 소형 지게차, 오토바이, 자동차까지 버려져 있는데요.
작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원주의 한 마을 한복판에도 수년째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가 흉물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편의점 사장(음성변조)]
"<처음 여기 생겼을 때부터 영업을 안 하고 있었던 거예요?> 네네 <그게 혹시 몇 년도?> 재작년이요. 지저분하고 신경쓰이죠."
근처엔 쓰다 남은 기름마저 그대로 놔두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주유소도 있습니다.
주유소 한편에는 이렇게 기름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통에 담겨 방치돼 있고요.
제 뒤편으로 보시면 저렇게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모를 주유기도 눈에 파묻혀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주유소 개수는 집계를 시작한 2003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영난에 문을 닫은 겁니다.
코로나19와 전쟁으로 고유가가 지속돼 가격 경쟁이 심화된데다, 유가부담을 의식한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쟁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앞으로의 전망마저 어둡습니다.
[서울 동작구 주유사업자]
"실질적으로 남는 거는 (리터당) 몇 원에서 한 10원 정도 이익이 생기는데..카드 수수료 제외하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대부분이 요새 적자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폐업도 쉽진 않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시설 철거와 토양 정화를 해야 하는데 평균 1억 5천만 원, 많게는 5억 원이 들기 때문입니다.
대도시가 아닌 바에야 땅값이 싼 지역에선 땅을 팔아도 철거비를 못 댑니다.
그나마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직영 주유소들은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로 바꾸는 등 업종 전환을 시도할 수 있지만 개인은 그럴 여력도 없다 보니 폐업 대신 별 조건이 없는 무기한 휴업을 택하고 있는 겁니다.
[김태환 실장/에너지경제연구원]
"흉물로 방치됐을 때 환경오염, 토양오염이 발생 가능하고요. 국가에서 지금 실제로 (대안을) 고민을 하고 있고요, 어떤 진척들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다.."
문을 잘 닫도록 지원해달라는 업계 요구 속에 지난 2022년 말, 주유소 폐업 지원책을 담은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반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김승우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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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연
[바로간다] "'알부자'는 옛말"‥비싼 철거 비용에 '휴업' 내몰리는 주유소
[바로간다] "'알부자'는 옛말"‥비싼 철거 비용에 '휴업' 내몰리는 주유소
입력
2024-03-13 20:12
|
수정 2024-03-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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