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연일 군사적 긴장감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요즘 군사 시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농장을 짓고 있습니다.
한두 곳이 아닌데요.
그 이유가 뭔지, 통일전망대 김윤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평양시 동쪽, 강동지역에 새로 건설된 온실농장입니다.
대지 면적 2.6제곱킬로미터, 여의도 면적만 한 대규모 단지입니다.
지난 15일 열린 준공식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딸 주애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승용차를 타고 참석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단 1년 사이에 기적같이 일떠 세운 동무들에게 어떤 말을 골라서 감사한 마음과 이 기쁨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농장에는 1천여 동의 비닐하우스와 다양한 형태의 유리온실, 부대시설, 살림집이 들어섰습니다.
온실 내부엔 식물의 생장을 돕는 특수 조명 장치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식물 재배기도 보입니다.
[조선중앙TV]
"일반 재배 방식에 비해 획기적인 생산성을 담보하는 종합온실 완공으로 온실 남새(채소) 생산의 새로운 영역과 경지가 개척됐다고…"
그런데 이 농장 자리는 원래 공군 비행장이 있던 곳입니다.
2019년 준공된 함경북도 중평농장도, 2022년 준공된 함경남도 연포농장도 모두 군 비행장을 밀고 건설됐습니다.
왜 그랬을까?
북한은 인민들에게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공급하기 위해 군사시설까지 내주었다고 선전합니다.
[조선중앙TV]
"중요 군사기지들까지 온실 터전으로 내어주시며 노고와 심혈을 바쳐가시는 경애하는…"
북한 매체가 전하는 주민 반응도 뜨겁습니다.
[문강희/북한 주민]
"우리 련포온실이 이렇게 서니까 우리 인민들이 참 덕을 많이 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장 좀 보십시오. 얼마나 풍성합니까?"
하지만 북한이 잇따라 군 비행장을 온실농장으로 바꾸는 건 공군의 전술전략 변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30년 넘게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지 못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비행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거란 분석입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60년대 북한이 허황되게도 군사 선진국들과 같은 군사를 건설하기 위해 공군력을 많이 건설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행장도 많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
곳곳에 중복 건설된 비행장 관리에 적지 않은 비용과 노동력이 필요한 만큼 이를 줄이고, 농장을 지어 민심을 다잡는 기제로 활용하려 한다는 겁니다.
재래식 무장 확충에 힘을 쏟는 대신 무인 공격기를 도입하는 등 비대칭 전력 강화에 나서며 전략전술을 변경한 북한은 앞으로도 이런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핵이 있고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무기 체계를 갖고 있어요. 그게 돈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일단 노동력을 아낄 수 있잖아요. 경제 활동을 해도 충분한 안보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거예요."
과감하게 군사시설을 줄이고 군인들을 농장과 살림집 건설에 투입하고 있는 북한, 일단은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편집: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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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윤미
[통일전망대] 공군 비행장 없애고 온실농장‥북한의 속내
[통일전망대] 공군 비행장 없애고 온실농장‥북한의 속내
입력
2024-03-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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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4-03-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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