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남효정

[현장검증] 캄캄한 실내에 동물들의 울부짖는 소리만‥

[현장검증] 캄캄한 실내에 동물들의 울부짖는 소리만‥
입력 2024-03-26 20:35 | 수정 2024-03-26 22:35
재생목록
    ◀ 앵커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과 수족관을 열려면 반드시 일정한 조건을 갖춰 허가를 받도록 한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 전에 폐업이나 휴업으로 문을 닫은 동물원에는 지금도 많은 동물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고 하는데요.

    이 동물들은 지금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현장을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대구의 한 대형 복합쇼핑몰.

    지하로 내려가자, 지난해 11월부터 휴업 중인 실내 동물원이 나옵니다.

    수의학 교수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캄캄한 실내에서 여러 동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뒤섞여 울립니다.

    관리비 체납으로 최소한의 전기만 공급돼 실내등은 꺼진 상황.

    부분 조명만 들어온 우리로 다가가자, 좁은 유리장 안에 갇힌 사자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멍하니 초점을 잃은 사자는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김규태/경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눈에 초점도 별로 없고 이렇게 멍해 보이죠. 한 곳에만 그냥 뭐 별 의미 없이 시선만 두고 있는 것 같잖아요. 맹수라고 하는 그런 게 안 보이잖아요."

    수사자 다리에는 붉은 상처가 커다랗게 도드라져 있고, 발과 복부 곳곳에서도 비슷한 상처가 눈에 띕니다.

    [김규태/경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곰팡이 같은 거 그런 감염일 수도 있어요. 환기도 안 되고 물청소하고 습기가 이렇게 차 있기 때문에 그 부위가 아물지 않든지…털 자체도 빠지거나."

    미어캣들은 추위를 피하려는 듯 여러 마리가 서로 껴안고 있습니다.

    여우원숭이들도 서로 감싸안은 채 움직임이 없습니다.

    [김규태/경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여기도 지금 추워서 저렇게. 안에 난방이 전혀 안 되는 것 같아요."

    따뜻한 곳에 사는 아프리카펭귄들은 물에는 들어가지 않고 작은 온열기 앞에만 모여 있습니다.

    [김규태/경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계속 물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고 서서 있다 보니까 체중을 오롯이 두 다리로 받잖아요. 다리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죠."

    원숭이와 사막여우는 끊임없이 좌우를 오가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하이에나는 쉴 새 없이 울어댑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정형행동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동물은 58종 271마리.

    햇빛과 바람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대부분 배설물이 쌓여 있는 불결한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김규태/경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작은 상처 같은 게 생기면 발바닥에 이제 피부염 같은 것도 생길 수 있어요. 쌓여 있는 변 위에 계속 있기 때문에."

    "냄새도 굉장히 많이 나요."

    그나마 일주일 전 새로 온 사육사 부부가 최소한의 수고료만 받고 동물들을 돌보면서 나아진 상황입니다.

    [사육사(음성변조)]
    "관리가 좀 제대로 안 돼 있었어요. 아이들도 똥 밭에 있고. 상처 난 애들도 있었고 온도하고 안 맞아서 좀 추위에 떠는 애들도 있었고."

    관할 지자체인 대구시는 동물원 휴업 이후 7차례에 걸쳐 현장점검을 실시했지만 다친 사자에 대한 치료를 요청한 것 이외에는 모두 '특이사항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운영자는 코로나 이후 수익이 악화돼 문을 닫은 와중에도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올여름 경북 고령에 새로 생기는 동물원에 동물을 모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OO동물원 대표(음성변조)]
    "미관상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으나, 동물을 굶기거나 뭐 이렇게 동물을 이제 방치해 놓는다든지 급수를 하지 않는다든지 이런 경우가 전혀 없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고령군은 현재 건설 중인 동물원은 없다며, 허가 신청 서류조차 접수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장검증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남은주 / 자료조사: 최은지, 안은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