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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묫자리 파게 해"‥"선감학원 인권유린, 국가·경기도 사과해야"

"친구 묫자리 파게 해"‥"선감학원 인권유린, 국가·경기도 사과해야"
입력 2024-03-27 20:21 | 수정 2024-03-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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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제 강점기부터 40년 동안 수천 명의 아동과 청소년을 가둬놓고 강제 노역을 시켰던 선감학원.

    이 안에서 학대와 암매장 등 수많은 인권유린이 벌어져 '아동판 삼청교육대'라고도 불립니다.

    해방 이후 경기도가 시설을 넘겨받아 80년대까지 운영했는데, 진실화해위원회가 당시 경기도 역시 착취와 인권유린을 방조한 사실이 조사결과 확인됐다며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 등을 권고했습니다.

    이문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13살 때, 서울에 누나를 만나러 왔다가 선감학원에 끌려간 천종수 씨는 반세기가 지나도 끔찍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천종수/선감학원 피해자]
    "그 곡괭이 자루로 어린아이가 맞아봐요. 엉덩이 터지죠."

    조선총독부가 경기도 안산 선감도에 설치한 선감학원은 광복 이후 경기도로 이관돼 1982년까지 운영됐습니다.

    부랑아 갱생을 명분 삼았지만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이 일상이었습니다.

    [천종수/선감학원 피해자]
    "(겨울에는) 추우니까 덜덜덜덜 떨 거 아녜요. 나도 모르게 소변, 오줌이 나와요. 그럼 나중에 어떻게 돼요 그게. 옷은 여기가(바지가) 얼어서 살가죽이 스치면 다 까져버린단 말이야."

    원생 4,689명 중 824명이 탈출 시도를 했지만, 섬 주변 물살과 깊은 수심으로 상당수 익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종수/선감학원 피해자]
    "엄청 공포감을 느끼잖아요. 소라가 뜯어 먹죠. 낙지가 뜯어 먹죠, 고기가 뜯어 먹지. 시신이 그렇게 돼버리죠. (바다에서) 며칠 있다가 뜨면…"

    선감학원 인근에선 아이들이 묻힌 묘지 44개가 발견됐습니다.

    가장 작은 분묘의 길이는 85센티미터에 불과했습니다.

    암매장한 겁니다.

    [김진희/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어떤 장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냥 매장을 했다는 거고요."

    숨진 아이들의 묫자리를 판 건 살아남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천종수/선감학원 피해자]
    "땅도 우리가 파. 우리가 파서 우리가 묻는 거예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선감 학원은 부랑아 보호와 직업훈련이라는 설립 목적과 달리 선감도 내에 있는 경기도 소유 재산 관리를 위해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선 도지사 시절, 국가와 경기도가 대규모 아동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는 겁니다.

    [김진희/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복지가 아니라 그냥 감금. (선감도를) 길도 내야 되고 나무도 심어야 되고…직업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한테 일을 시킨 거죠."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인 63명뿐 아니라 수용 아동 전원을 인권침해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정부과 경기도에 공식사과와 피해회복 조치 마련을 권고했습니다.

    경기도는 오는 7월부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에 본격적인 유해발굴을 시작하고 선감학원 옛터를 추모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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