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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36.5] '나무의사' 왕진 가는 날

[현장36.5] '나무의사' 왕진 가는 날
입력 2024-04-07 20:22 | 수정 2024-04-0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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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매년 식목일 주간에는 나무 심기 행사가 열리죠.

    나무를 많이 심는 것만큼 심어놓은 나무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아픈 나무를 치료하기 위해 전국으로 왕진을 다니는 이가 있습니다.

    나무의사 이규범 씨를 허원철 영상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조금 큰 청진기를 들고 왕진을 나서는 길.

    [이규범/나무병원 원장]
    "빨갛게 된 거는 일단 손을 대지 말고 내버려둬 보세요. 진단 후에 가지 제거를 하겠습니다."

    30년간 아픈 나무들을 치료해 온 규범 씨. 오늘의 첫 번째 환자는 서울 한 아파트 단지의 소나무들입니다.

    "고지가위, 고지가위 누가 있나? 고지가위 한 분만 따라와 보세요."

    "토양에서 양분이나 수분을 못 빨아들이면 나무가 전체적으로 죽어가야겠죠. 근데 중간중간 죽는 것은 생리적인 피해가 아니고 병이나 해충 피해일 거예요."

    진단도 하지만 외과수술도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다음 환자는 함평의 곰솔입니다.

    "15년 전에 나무를 외과 치료를 했었던 건데, 그사이에 균열이 생겼어요. 수목 내부에 부후(썩는) 현상이 생겨서 다시 부패 부분을 제거를 한 다음에 재수술을 한 겁니다."

    나무를 향한 진심은 꼼꼼한 외과수술로 이어집니다.

    "코르크를 이쪽으로 조금 더 넣어주시고. 위쪽으로 좀 더. 이쪽에. 그렇지."

    "다 죽을 것 같아서 정말 마지막 조치라 그래서 (수술)했는데 정말 기적처럼 다음에 갔더니 살아있었어요. 정말 꿈을 꾸듯이 너무 좋았어요."

    가끔은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도 그동안 정이 든 나무를 보러 간다는데요.

    "이 차를 산 지가 한 달 조금 더 됐는데 2만 킬로가 넘었어요. 나무가 아프면 나무가 올 수가 없잖아요."

    산 넘고 강 건너 도착한 곳은 구례 화엄사. 20년 지기 친구인 올벚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원래 1백 년 이상 잘 살지 못해요. (올벚나무가) 장수목이 아니거든요. 제가 한 20년 동안 지금 이 나무를 계속 와서 보고 있는데, 최근 일자에 들어서 몇 년 동안 만에는 정말로 만개가 된 거예요."

    "너무 나무한테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앞으로 100년, 200년, 수백 년 동안 계속 만개했으면 좋겠어요."

    뿌리를 내린 지 3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꽃을 피우는 올벚나무. 장수의 비결은 나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고 합니다.

    [구례 화엄사 구층암/덕제스님]
    "이 자연이 없으면 내가 절대 존재할 수 없어요. 우리가 자연에서 나무들이 산소를 안 내주면 우리가 살 수가 있나? 나도 나무도 소중히 여겨줄 줄 알아야 된다고... 함부로 할 게 아니라."

    "주변에 모든 것들이 없어져도 그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고 지켜봐 주고 있죠. (나무는) 우리 인간의 어떤 삶의 일부다. 비단 식목일뿐만 아니라, 4월까지 늘 식목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더 좋겠죠."

    취재·구성: 허원철 / AD: 허예지 / 영상편집: 허유빈 / 디자인: 곽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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