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은 이제 청년이 됐습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생존했지만 극심한 정신적 후유증, '트라우마'가 이들을 괴롭혔습니다.
이들을 일으켜 세운 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게 해선 안된다는 굳은 의지와 다짐이었습니다.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유가영 씨는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고, 세월호에 탔다가 구조됐습니다.
삶은 그날 이후 바뀌었습니다.
[유가영/세월호 참사 생존자]
"언제든 나한테 무슨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마음이 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내 가족한테도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런 불안감에‥"
대학 진학 후에도 고통은 이어졌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유 씨를 세상으로 이끈 건 글쓰기였습니다.
아픔을 단어로, 문장으로 쏟아내며 서서히 회복한 유 씨는 참사 이후 9년간 쓴 글을 엮어 책을 펴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죽음이라는 파도가 우리를 갈라놓았고 저는 뭍으로 멀리 밀려나왔습니다. 지금도 저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항상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며 살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이 담겼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태풍 후에 바다는 물이 한 번 뒤집혀 깨끗해진다고 들었어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건 소용돌이가 아니라 태풍을 만드는 바람이 될 거라‥"
유씨는 다짐의 실천으로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고, 지역 아동센터를 찾아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공연을 했습니다.
[유가영/세월호 참사 생존자]
"재난 현장에 가서 구호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경험을 나누면서 같이 치유하고‥"
또 다른 학생은 세월호의 아픔을 잊는 방법으로 그림을 찾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대학에선 건축학을 전공했고 졸업작품전엔 시민들이 일상에서도 세월호를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세월호 추모 공원 설계도를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집 앞이니까 제가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살펴볼 수도 있고 그게 가장 그나마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참사 10년, 생존 학생들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가영/세월호 참사 생존자]
"어떻게 세상을 변화해 나가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지 우리가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과거의 10년이 아니라 미래의 10년을 위해서‥"
MBC뉴스 김지성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전인제·강재훈 / 영상편집 :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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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지성
"10년간 죽은 듯 힘들었지만, 친구 몫만큼 살아낼 것"
"10년간 죽은 듯 힘들었지만, 친구 몫만큼 살아낼 것"
입력
2024-04-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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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4-04-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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