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혈액원에서 한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병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혈액원 측에서 해당 간호사가 제출한 진단서를 회사 내부망에 올리면서, 일주일 동안 직원들 모두가 진단서를 볼 수 있는 상태로 공개돼 있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조민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대한적십자사 부산 혈액원에서 10년째 채혈간호사로 근무해 김 모 씨.
김씨는 지난 2018년부터 한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 씨/혈액원 간호사 (음성변조)]
"정신적으로 너무 괴롭히는… 따돌림? 출산 전까지 마음 졸이면서 일해서 아기도 저체중에 심장질환 있는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는…"
육아휴직 후에도 괴롭힘이 이어지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혈액원 간호사 (음성변조)]
"(혈액원 측에서) 임산부라 갈 곳이 없으니 극복해 보라고 하셔서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이번엔)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소문이 나고…"
결국 김 씨는 우울증까지 걸려 일주일간 병가를 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직장 동료들의 연락이 잇따랐습니다.
[김 모 씨/혈액원 간호사 (음성변조)]
"카톡이나 전화로 '너 우울증이야?' 이런 식으로 계속 연락이 오길래 '어떻게 알았지?' 생각하다가 손이 좀 떨리더라고요."
알고 보니 김씨가 병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의료 진단서가 직원 내부망에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병명은 물론,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같은 개인 정보까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일주일 동안 같은 회사 동료 90여 명에게 공개됐었고, 이 중 18명은 직접 진단서 파일을 클릭해 내용을 확인한 거로 드러났습니다.
[김 모 씨/혈액원 간호사 (음성변조)]
"숨기고 싶은 사실인데, 진료기록이 공개됐으니…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회사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제일 힘들었고…"
혈액원 측은 김 씨가 항의하자 그제서야 해당 문서를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경찰은 부산혈액원 관계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혈액원 측은 "직원이 실수로 진단서를 비공개 처리하지 않았을 뿐 유출할 의도는 없없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조민희입니다.
영상취재: 김욱진/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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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민희
직장 괴롭힘으로 병가 냈더니 내부망에 '진단서' 노출
직장 괴롭힘으로 병가 냈더니 내부망에 '진단서' 노출
입력
2024-04-25 20:28
|
수정 2024-04-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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