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시의 주택정비사업 '모아타운' 대상지라며, 골목길을 잘게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 업체의 행태, 연속해서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들 업체는 땅을 사들인 뒤 한 달도 안 돼 4배나 값을 올려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업체들의 꼼수, 김지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 대상지 안에 있는 골목길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습니다.
한 기획부동산 업체가 지난해 9월 14일 1제곱미터 당 약 90만 원에 도로를 사들여 한 달도 안 돼 4배가량 비싸게 9명에게 되팔았습니다.
심지어 업체는 이 가운데 두 명에겐 도로를 산 날 바로 다시 팔아치웠습니다.
서대문구 옥천동, 관악구 봉천동도 골목길 주인이 수십, 수백 명으로 늘어나는데 한 달도 안 걸렸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얼마나 값을 부풀렸는지 투자자는 알지 못합니다.
[투자자 (음성 변조)]
"등기부등본을 자세히 안 봐서 몰라요. 제가 보지도 않았고. <4배를 지금 가격을 올려서 판매한 건데 혹시 당시에 이거 아셨으면 사실 건가요?> 그걸 내가 지켜봤다 그러면 못 사겠죠."
부동산을 사면 소유권 이전 등기를 60일 내 마쳐야 하는데, 업체는 이 두 달간의 이른바 '깜깜이 기간'을 노립니다.
앞서 중랑구 골목길을 판 업체의 경우 도로 매입 후 26일 만에 모두 되판 다음 35일 만에 등기를 마쳤습니다.
투자자가 등기부등본을 떼어본들 업체가 땅을 산 가격은 알 수 없는 겁니다.
업체가 투자자와의 상담에서 빨리 사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동산업체 관계자 (음성 변조)]
"땅은 제가 장담 못합니다. 이게 마지막에 그게 남은 거라 오늘이라도 누가 와서 "저 살게요" 그러면‥"
업체들이 골목길을 싸게 사는 수단 중 하나는 공매인데 지난 1년간 서울에서만 500곳 넘는 도로가 공매에 부쳐졌습니다.
업체는 "부동산 전문가만 구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사실은 개인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투자자 (음성 변조)]
"개인이 구매할 수 없는 땅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회사를 통해서 구매를 한 거고‥"
[김진유/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토지 거래를 전혀 해본 적도 없고 그냥 집 사고 파는 정도, 자기 집 그 정도 해보신 분들이 이런 대상자로 많이 타깃(먹잇감)이 되죠."
전문가들은 공매로 나온 도로를 지자체가 우선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합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도로 매입이 오히려 투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섣불리 결정하긴 어려운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투기 의심 지역은 모아타운 대상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지성입니다.
영상취재: 이관호 / 영상편집: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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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지성
모아타운 골목길 쪼개 판 기획 부동산 '한 달 만에 속전속결 거래', 왜?
모아타운 골목길 쪼개 판 기획 부동산 '한 달 만에 속전속결 거래', 왜?
입력
2024-05-08 20:32
|
수정 2024-05-0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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