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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 퍼질 때 사이렌도 안 울려 놓고‥LG, 배상요구엔 "재판 중"

독가스 퍼질 때 사이렌도 안 울려 놓고‥LG, 배상요구엔 "재판 중"
입력 2024-05-31 20:29 | 수정 2024-05-3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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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600명의 사상자를 낸 LG화학 인도 공장 가스 누출 참사.

    오늘은 사고 원인과 LG화학이 진 책임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 보려 합니다.

    당시 공장은 노후화된 시설을 방치했고, 주민 대피에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는데요.

    이후에도 LG화학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푼의 배상금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차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새벽 3시, 모두가 잠들어있을 시간 마을을 뿌옇게 뒤덮은 연기.

    이상한 냄새에 하나둘 깨 밖으로 나왔지만, 주민들은 영문을 몰랐습니다.

    사이렌도 대피명령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쉬라/참사 피해자]
    "집이 가깝다 보니 (공장) 교대시간 때 울리는 음성은 들었는데, 당일 대피하라는 사이렌 소리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어디서 불이 났나, 아니면 코로나 방역 작업인가 싶었다고 합니다.

    [만니/참사 피해자]
    "(당시) 집 밖으로 나오니까 연기가 보였는데요. 코로나 때라 방역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리둥절한 새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들.

    그렇게 12명이 사망했고 60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유독가스는 가축과 인근 숲까지 고사시켰습니다.

    이곳은 공장으로부터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저수지인데요.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엔 스티렌 가스로 오염되면서 물 사용이 한 달간 금지됐습니다.

    참사 직후 인도 주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4천 쪽에 달하는 결과보고서를 냈습니다.

    당시 인도 공장엔 36개의 사이렌 스위치가 있었지만 아무도 누르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가스 누출 원인도 나왔습니다.

    스티렌 보관 탱크는 사용수명을 이미 3년 넘긴 노후 탱크였고, 사고 몇 달 전 당국 허가 없이 설계를 변경해 탱크 과열을 초래했습니다.

    탱크 온도를 낮춰주는 억제제는 한 달 전부터 이미 다 떨어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20도 이하로 유지돼야할 탱크 온도는 당시 153.7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사고 원인 21개 중 20개가 LG화학의 잘못이었습니다.

    [나라니/참사 피해자 법률대리인]
    "LG가 사전 예방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고, 또 관리를 태만하게 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LG화학은 피해자들에게 배상이나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아직 1심도 나오지 않은 상황.

    그사이 피해자들은 후유증으로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주민들 누구 한 명 LG로부터 위로받지 못했고 배상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LG가 세계 3대 기업입니까?"

    재판을 핑계 대는 기업들의 이같은 행태는 낯설지 않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역시 기업들은 '재판 진행 중'이라며 수년간 책임을 지지 않다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배상에 나섰습니다.

    LG화학도 취재가 시작되자 판결 전이라도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진출을 발판 삼아 전 세계 선두업체로 발돋움한 LG화학.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환경 참사나 산업 재해에는 안일하게 대처하는 일부 국내 기업의 민낯이 세계를 상대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편집: 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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