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교제폭력·교제살인‥국가는 사실상 방관

◀ 앵커 ▶

이 내용 관련해서 사회팀 백승우 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백 기자, 교제 중인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계속해서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게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입니까?

◀ 기자 ▶

지난 한 해 동안에만 교제했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만 49명, 살해당할 뻔한 여성만 150명이 넘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교제살인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최근 일만 꼽아봐도요, 이른바 '의대생 살인사건'도 이별을 요구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였고, 지난달엔 성관계를 거부했단 이유로 20대 남성이 베트남에서 연인 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교제폭력 관련 112 신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지난 2019년 5만여 건에서 지난해 50% 넘게 늘어난 7만 7천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 앵커 ▶

보통 '교제 살인'이라고 하면 피해자, 또 가해자 역시 20, 30대에 국한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요.

◀ 기자 ▶

네,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해' 피의자인 박학선은 예순다섯 살, 피해 여성 역시 60대였습니다.

지난달 9일 경기 화성에선 60대 남성이 연인 관계였던 60대 여성의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헤어지길 원하는 피해자를 가해 남성이 집이나 직장으로 찾아가 저지른 범죄였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검거된 교제폭력 사건 가해자 1만 4천 명가량 중 17%는 50대 이상이었습니다.

◀ 앵커 ▶

범죄 건수도 늘고 있고 피해 연령층도 넓고요.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이 없는 건가요?

◀ 기 자 ▶

사실상 그렇습니다.

결혼한 사이, 그러니까 가정폭력은 따로 처벌하는 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제폭력'은 따로 없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있는데, 교제 폭력이 반드시 스토킹하다가 벌어지는 건 아니니 한계가 있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교제폭력 사건들이 이를테면 가정폭력처럼 따로 분류가 되지를 않았고, 모두 일반 폭력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는 거네요.

◀ 기자 ▶

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붙잡힌 교제폭력 피의자 중 구속된 사람은 2%대에 불과했습니다.

살인으로 가기 전 폭력 단계부터 제동을 걸 필요가 있지만 국가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서혜진/변호사]
"어느 단계에서부터 국가의 형벌권이라든지 아니면 경찰 행정력이 개입할 것인가 확실한 논의가 지금 시급하고, 현장에서도 되게 정확한 매뉴얼이 사실 없는 거죠."

◀ 앵커 ▶

네, 이런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오히려 그 심각성에 대해 무뎌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확실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백승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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