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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N이슈] '가짜 3.3' 계약 맺고‥"퇴직금 포기하라"

[노동N이슈] '가짜 3.3' 계약 맺고‥"퇴직금 포기하라"
입력 2024-06-15 20:17 | 수정 2024-06-1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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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가짜 3.3', '무늬만 3.3'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로 일하면서, 계약서 상으로는 3.3%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분명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인데, 계약을 사업자와 사업자로 맺고 일하는 건데요.

    실제 노동현장에서 '가짜 3.3' 계약은 어떤 꼼수로 작용할까요?

    차주혁 노동전문기자가 알려드립니다.

    ◀ 리포트 ▶

    아이 첫돌부터 시작한 맞벌이.

    아내가 퇴근하면, 남편은 물류센터로 출근했습니다.

    [박민호 (가명)]
    "(아이를) 와이프한테 넘겨주고 제가 출근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 야간 고정으로 일주일 6~7일씩 일했습니다.

    계약서는 매일 새로 썼습니다.

    실질적인 근로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한 이른바 '가짜 3.3' 계약입니다.

    [박민호 (가명)]
    "월급이 아니고 일당제이다 보니까, 그걸 끊어버리면 생활이 안 되는 거죠."

    만 1년을 넘기자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생겼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퇴직합의서'라는 걸 내밀었습니다.

    위로금 50만 원만 받고, 1년 5개월치 퇴직금을 포기하라는 각서였습니다.

    [도급업체 관리자 (음성변조) / 지난달 22일, 당사자 대화 녹취]
    "고용노동부에선 주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여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 주기 싫어요. 퇴직금 자체를‥"

    서명하지 않으면, 더이상 근무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도급업체 관리자 (음성변조) / 지난달 22일, 당사자 대화 녹취]
    "<이거 안 쓰게 되면 퇴직 처리를 하신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렇죠. <그건 부당해고 아니에요?> 일용직에 부당해고가 어디 있어요? 하루하루 계약인데‥"

    퇴직금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퇴직하라는 각서.

    법적 효력이 있을까.

    없다는 걸, 업체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도급업체 책임자 (음성변조)]
    "만약에 이걸 작성을 하셨어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게 되면 아마 전혀 이게 무용지물일 거예요."

    그런데도 퇴직금 대상자 5명 중 4명이 그 자리에서 서명했습니다.

    ['퇴직합의서' 서명 (음성변조)]
    "네네, 저거 냈어요. 안 그러면 퇴직을 해야 된다고 해서. 바로 근무 신청에서 빼버리더라고요."

    거부했던 박 씨만 해고됐습니다.

    [박민호 (가명)]
    "행정소송하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아라. 그리고 비밀준수. 회사에 대한 어떠한 발언도 넌 하면 안 된다. 이게 그냥 '노예 계약서' 아닌가요?"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해고 제한‥

    노동법이 보장하는 각종 권리는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에게만 적용됩니다.

    '가짜 3.3' 계약을 맺으면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형식적으로는 권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더 중요한 건 계약서의 형태가 아닌 실질적인 근로자성입니다.

    [한용현/변호사]
    "프리랜서 계약, 3.3%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봤을 때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근로계약이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실제로 노동법,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보장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방송을 하루 앞둔 어제 오후, 해당 업체 측은 박 씨에게 369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1년 5개월치 퇴직금 액수와 일치합니다.

    [도급업체 책임자 (음성변조)]
    "저희 회사에서는 퇴직금이라고 안 해요. 프리랜서인데, '계약해지위로금'이라는 이름으로 나가요."

    50만 원 합의서에 서명했던 나머지 4명에게도 적법한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짜 3.3' 계약으로 위장했지만, 실질적인 근로자라는 사실을 업체도 알고 있는 겁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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