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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뺏기고 예배 강요 당해도 말 못해"‥학생인권조례 폐지의 그늘

"휴대폰 뺏기고 예배 강요 당해도 말 못해"‥학생인권조례 폐지의 그늘
입력 2024-07-14 20:20 | 수정 2024-07-1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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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학생들이 성별이나, 종교,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학생 인권조례'가 있는데요.

    최근 서울에서는 12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학생들은 이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사건은, 수사기관이나 법정이 아니면 부당함을 호소할 길이 막막해졌다고 말합니다.

    송서영 기자가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 모 군은 매주 월요일 3교시 기독교 예배에 참석합니다.

    학교가 기독교 재단이라 싫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추수감사절 때는 헌금과 과일도 가져오라고 합니다.

    더욱이 이 학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반강제적인 자율학습에 동원돼, 방과 후 학원 가기도 어렵습니다.

    [김 모 군(가명·고교생/음성변조)]
    "만약에 참석 안 한 반이 있으면은 그 반 담임한테 어떤 마이너스 점수가 들어간다든가 그런 게 있어요."

    김 군은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에 인권 침해 구제를 신청했지만, 학생인권옹호관은 결론을 못 낸 채, 최근 조사를 중단했습니다.

    국민의힘 주도의 서울시의회가 지난 4일 서울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공포해, 처분할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바람에 서울의 다른 고교생 최모 군도, "학교에서 휴대폰과 태블릿PC 같은 전자기기를 전혀 못 쓰게 하는 건 문제"라며 낸 구제 신청이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최 모 군(가명·고교생/음성변조)]
    "교육청에서도 나름의 절차를 통해서 '이게 인권침해다'라는 객관적 판단을 하셨기 때문에 권고를 예정하게 된 거였는데 갑자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를 한다고 하니까… 제 입장에서는 희망을 잃은 기분이었죠."

    2012년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인권침해 사건에서 학교와 학생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해온 '학생인권옹호관'은 조례 폐지와 함께 사건 조사와 시정·조치 권고 등의 핵심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한다"는 게 조례 폐지의 핵심 근거였지만, 오히려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법적 공방 가능성만 높아졌다는 게 현장의 걱정입니다.

    [우필호/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학교 부담이 굉장히 커지겠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이거나 아니면 어쨌든 경찰의 형사적인 접근의 조사로 이어지는 거잖아요."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이제, 서울시교육청이 낸 폐지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할 대법원 손에 맡겨졌습니다.

    MBC뉴스 송서영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소정섭·임지환 / 영상편집: 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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