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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 "일 떠안고 퇴근, 눈칫밥에 퇴사까지" 허울뿐인 육아기 단축근로

[현장검증] "일 떠안고 퇴근, 눈칫밥에 퇴사까지" 허울뿐인 육아기 단축근로
입력 2024-07-17 20:36 | 수정 2024-07-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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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정부가 최근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죠.

    일하는 부모의 육아를 돕기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이달 초부터 확대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한 주에 10시간까지 감소한 임금을 정부가 전액 지원해주고, 대신 일을 더 해야 하는 동료에게도 지원금을 주기로 한 건데요.

    좋은 취지만큼 잘 시행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밥 먹자, 아침 먹자."

    네 살 아들과 두 살 딸을 키우고 있는 37살 이윤화 씨.

    여행사에서 일을 한 이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해 하루 세 시간씩 근무시간을 줄였습니다.

    [이윤화]
    "아침 7시 반에 나가서 집에 오면 (저녁) 7시 반이다 보니까. 아침에 생이별을 하고 밤에 해가 지고 나서 만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근무시간을 줄인 뒤 생활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회사가 근무 시간만 줄여주고 업무량은 줄여주지 않아 집에 와서 남은 일을 다 하게 된 겁니다.

    [이윤화]
    "화장실을 참아가며 일해도 3시에 못 끝내다 보니까 버스에서 일하고 애들 9시 반쯤 자고 나면 남은 살림 대충 정리해놓고 또 한두 시간 또 잔업하고."

    근무 시간이 줄었다는 이유로 임금은 줄어, 정부 지원금을 받아도 월급이 50만 원이나 감소했습니다.

    회사에 초과 근로 수당을 요구했다가 사실상 퇴사를 권유받은 이 씨는 결국 지난달 12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

    온라인쇼핑몰에서 일한 37살 양 모 씨는 3년 전 회사에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다 거부당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한 끝에 겨우 승인을 받았지만, 사측은 3년간 연봉협상도 거부하며 양 씨를 괴롭혔습니다.

    [양 모 씨]
    "저희 팀장님이 인사를 받지 않으셨어요. '이제부터 오는 CS 고객 전화 네가 다 받아라.' 저한테만 '매출 분석해와라' 이런 것들도 있었거든요."

    문제를 제기했다 퇴사를 권고받은 양 씨는 결국 지난해 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양 모 씨]
    "'육아 때문에 안 해주는 거야'라는 게 너무 불합리해서 계속 '나는 이거 납득이 안 된다'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퇴사해, 내가 실업급여 해줄게'…"

    8살 이하 자녀를 둔 직장인 부모 가운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 상황.

    이들 중 이를 이유로 승진 등에 불이익을 당한 사람은 19%에 달했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는 김진환 씨는 8살과 6살 두 딸의 양육을 위해 다섯 달째 하루 두세 시간씩 근로시간을 줄여 일하고 있습니다.

    [김진환]
    "하원해서 간식 챙겨주고 학원 보내고. 아빠와 함께하는 그 시간에 따르는 친밀감(이 생겼죠)."

    일을 더해야 하는 동료들에게 회사는 자체적으로 지원금을 주고 인사고과에도 반영하며 적극 지원했습니다.

    [김성철/소프트웨어 회사 '모션' 대표]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없는 환경이 되거든요. 그러면 좋은 인재가 이탈하고 회사에 큰 손실이에요."

    저출생이 국가 재난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취지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검증,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남현택 / 영상편집: 조민우 / 자료조사: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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