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기후환경팀 차현진 기자입니다.
지난달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천의 한 현장인데요.
지붕이 폭삭 무너졌고, 어지럽게 흩어진 세간살이가 그날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뒤로는 토사가 흘러내린 길이 하나 보이는데요.
산사태가 어디서 시작했고, 그리고 왜 발생했는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엄청난 양의 바위와 흙이 밀려 들어와 주민 1명이 숨진 충남 서천군 산사태 현장.
나무들이 대거 휩쓸리면서 숲 사이로 길 하나가 나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봤습니다.
"<엄청 가파르네요.> 생각보다…"
군데군데 파인 곳엔 벌건 흙과 돌덩이들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그렇게 산사태 시작 지점으로 향한 지 30분.
가파른 골짜기를 오르니 산 정상부쯤에 세워진 무덤 앞 땅이 푹 꺼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 허가 없이 조성된 무덤에서 산사태가 시작된 겁니다.
무덤 주변엔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습니다.
사방팔방 뻗은 뿌리로 빗물을 잡아주는 큼직한 나무 대신, 어린나무들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최병성/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무덤의 인위적인 어떤 부분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물이 흘러간 방향을 찾을 수가 있어요. 모두베기한 데서부터 물이 흘러서 무덤을 지나가다 보니까 무덤 옆에 잔디밭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산사태가 커진 거죠."
같은 날 60대 여성이 숨진 충남 금산군 산사태 역시 사람 손 닿은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능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놓인 작업로.
산주가 임의로 낸 길입니다.
흙을 쌓아 만든 성토 면에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낸 폭 1.5m 되는 작업로에서 산사태가 시작됐습니다.
이곳도 지난 2009년 헛개나무를 새로 심기 위해 대량 벌목이 이뤄졌습니다.
올해 인명피해가 난 두 산사태 현장의 공통점.
10여 년 사이 대량으로 나무가 잘려나갔다는 점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를 보면 경사지에서 나무 등을 제거하면 뿌리가 썩는 3년 뒤부터 새로 심은 나무가 클 때까지 대략 20년 동안 산사태 위험이 증가합니다.
일본 연구진도 40년간 이치후사 산의 산사태 현황을 관찰했더니 나무가 잘려나간 곳이 산사태가 1백배나 더 빈번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산림은 나뭇잎에서부터 가지 그다음에 낙엽 그다음에 부엽토 이런 것들이 전부 다 물을 완충시켜주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데요.) 근데 사람이 건드리는 순간 그 모든 게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 다 사라진다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지자체는 산림청 기준에 맞게 벌목 허가를 내줬다며 산사태 원인을 벌목이 아닌 극한 호우에 따른 '자연재해'로 보고 있습니다.
산림청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벌목 5년 내 나무를 심고 가꾸면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맞게 벌목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로간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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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현진
[바로간다] 벌목해놓고 산사태는 기후재난?‥"나무 잘린 숲, 산사태 100배 증가"
[바로간다] 벌목해놓고 산사태는 기후재난?‥"나무 잘린 숲, 산사태 100배 증가"
입력
2024-08-22 20:32
|
수정 2024-08-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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