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23명이 숨진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화재 직후에도 제대로 된 대피 지시를 받지 못하면서 37초의,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희생자들은 비상구 위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알았다 해도 열기 어려웠습니다.
먼저, 이해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오전 10시 30분 3초, 쌓여있던 배터리 사이에서 처음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이 주출입구를 통해 대피한 건 10시 30분 40초였습니다.
대피할 수 있는 '골든 타임' 37초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화재 당시 아무도 대피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23명 사망자 중 20명은 비정규직입니다.
[김종민/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
"그 37초 동안에 여기에 누군가가 '대피하라 같이 따라 나와라' 그러면 상당수의 희생자를 구하지 않았을까."
배터리가 폭발하면 즉시 대피해야 하지만,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은 이런 안전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종민/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리튬 전지 제조 공정 중에 이 화재가 얼마나 위험한 건지에 대해서 인식을 전혀 못 했습니다. 소방 교육이나 안전 교육 자체가 전혀 없었다…"
화재 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주출입구와 또 다른 출입문 2곳을 통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문들은 정직원 ID카드나 지문 인식이 있어야만 열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통로를 알았어도 나갈 수 없었던 셈입니다.
[김종민/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
"지문이나 ID 카드를 찍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그런 문이에요. (탈출한) 세 분 중에 한 분이 정규 직원으로서 ID 카드가 있어서…"
결국 23명의 희생자는 출입문을 불과 20여m를 남겨둔 채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태윤/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
"결국은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이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처참한 현실들 있잖아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막 화가 치밀더라고요."
고용노동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박 대표를 포함해 아리셀 사건 관계자 4명에 대해 구속 영장이 청구됐습니다.
MBC뉴스 이해선입니다.
영상취재: 정민환 / 영상편집: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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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해선
'37초' 골든타임 있었지만‥비정규직은 알지도, 열지도 못했던 출입구
'37초' 골든타임 있었지만‥비정규직은 알지도, 열지도 못했던 출입구
입력
2024-08-23 20:04
|
수정 2024-08-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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