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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역사를 책으로 기록한 독일 기업‥"더 일찍 못해 후회"

강제동원 역사를 책으로 기록한 독일 기업‥"더 일찍 못해 후회"
입력 2024-08-26 20:37 | 수정 2024-08-2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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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동원된 노동력으로 성장한 독일의 한 기업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적은 책을 내놨습니다.

    '강제동원'을 적시하며 사과하고, 또 사과했는데요.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과 달리 독일에선 여전히 역사에 대한 반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김민찬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30년 넘게 독일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스킷 '라이프니츠'입니다.

    이 비스킷을 만드는 '발젠'은 4대에 걸쳐 지금까지 성장해 온 독일의 대표적 가족 기업입니다.

    이 기업이 600페이지에 달하는 '발젠 가문의 역사'라는 책 한 권을 내놨습니다.

    1940년부터 45년 사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값싼 강제동원 노동력을 얼마나 이용했다는지를 숨김없이 기록했습니다.

    발단은 5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발젠 상속인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 '강제동원된 노동자들도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로 말해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샤히크 샤피라/독일 방송인 (2019년)]
    "그녀는 강제노동은 내 시대 전의 일이고, 우리는 노동자들을 잘 대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강제로 일을 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점입니다."

    발젠은 곧바로 사과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역사학자 2명에게 기업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며 역사를 바르게 기록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알무츠 안드레/독일 시민]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조금 진부하지만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과가 너무 약했습니다."

    그렇게 발젠 기업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책으로 만들어 더 구체적으로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800여 명의 강제동원된 노동력, 인종 차별, 열악한 의료서비스와 낮은 임금, 여기에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을 구분할 수 있는 표식이 적힌 옷까지 입혔다는 사실도 숨김없이 책에 적었습니다.

    발젠은 또 사과했습니다.

    "조상이 나치 시대 강제동원 시스템을 이용했다. 변명할 수 없는 일이다. 어려운 진실을 더 일찍 직시하지 못해 후회한다"며 반성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책임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책임이 나라 정체성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 류상희 / 영상편집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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