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횡단보도를 건너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파란불이 켜지는 시간은 사람을 가리지 않죠.
그런데 노인들이 걷는 속도보다 신호 시간이 짧은 곳이 많고 횡단 중 사망하는 고령 보행자가 매년 300명이 넘습니다.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 약자가 많은 곳에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류현준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92세 고용석 씨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봤습니다.
[고용석]
"내가 다리 안 아팠을 때는 모르는데 다리 아픈 뒤로는 여기 건너가려면 빨리 가야지, 그러지 않으면 못 가요."
쉬지 않고 걸음을 옮겼지만 도중에 신호가 바뀌고 맙니다.
[고용석]
"그러니까 이렇게 해도, 그냥 여기가 빨간 불이 와도 그냥 가야 돼요."
30미터를 40초 안에 건너야하다 보니, 매년 이곳에선 고령 보행자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명진]
"차 때문에 그렇게 다니다 보니까 제가 급해지죠."
경찰청은 보행자 속도를 초당 1미터로 보고 진입시간 4초를 더해 최소 보행 시간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노인은 이보다 느린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교통 약자를 감안해 보행신호 시간을 늘린 곳도 있습니다.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 앞 횡단보도는 대각선 길이가 45미터에 달하지만 모두 건너고도 20여 초가 남았습니다.
보행속도를 초당 1미터가 아닌 0.7미터 기준으로 느리게 잡아, 보행신호 길이가 65초에 달합니다.
[시장 상인(음성변조)]
"힘들잖아요. 저기서 건너려면. 그러니까 여유를 주니까 사고가 훨씬 잦아든 거죠."
현재 노인과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이렇게 보행신호 시간을 연장해 신호등을 운영 중입니다.
이곳은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약 400m 정도 떨어진 한 신호등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노인 보호구역이 아니라서요. 아직도 짧은 시간 안에 건너려던 노인들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령 인구 10만 명당 보행 사망자 수는 7.7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습니다.
지난 2022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노인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보호구역이 아니더라도 교통 약자들이 많은 곳은 보행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재원/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
"이게 무한정 줄 수가 없는 게 (도로) 소통 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에, 고령자가 자주 모이는 곳, 그리고 고령자가 자주 사고 나는 곳을 보행 신호를 좀 더 주는 게 더 선별적이지 않겠나…"
싱가포르에선 지난 2009년부터 신호등 단말기에 보행 약자 카드를 대면 시간이 연장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윤병순 / 영상편집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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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류현준
[집중취재M] 보행자 사망 절반이 노인‥"보행속도 '초당 1미터'는 가혹"
[집중취재M] 보행자 사망 절반이 노인‥"보행속도 '초당 1미터'는 가혹"
입력
2024-08-28 20:22
|
수정 2024-08-2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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