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서울 거리에 턱을 없애주시오"‥여전한 일상의 '턱'

◀ 앵커 ▶

40년 전 한 장애인이 서울 거리에서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후, 서울시는 경사로 설치 의무화 방침을 밝혔고, 법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장애인들이 생활 곳곳에서 느끼는 '턱'은 아직도 상당하다는데요.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뇌병변장애가 있는 배재현 씨와 커피를 사러 나섰습니다.

300미터 거리에 카페는 모두 5곳, 하지만 전부 출입구 턱이 휠체어 바퀴를 가로막습니다.

턱 높이는 12cm, 성인 손 한 뼘도 되지 않는 높이지만 배 씨에겐 거대한 장벽입니다.

[배재현]
"여기 지금 딱 걸리죠."

재작년 법 개정으로 공중이용시설의 경사로 의무 설치 기준은 가게 면적 300제곱미터 이상에서, 50제곱미터 이상으로 대폭 강화됐습니다.

1998년 법 제정 후 24년 만입니다.

하지만 건물을 신축, 증축할 때 적용하는 조항이라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습니다.

[배재현]
"서울 시내여도 다 정말 저렇게 한 개라도 턱이 다 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한두 계단 정도는 경사로가 있으면 딱 좋은데."

지하철도 함께 타봤습니다.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승강기를 갈아타야 하는데 찾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2호선 시청역 관계자]
"〈엘리베이터가 혹시 어디에 있나요?〉 9번 출구 쪽으로 가시면 엘리베이터 있어요."

여전히 승강기가 없는 역도 서울에 10곳이나 됩니다.

[6호선 대흥역 관계자]
"〈리프트가 위험한데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는 거죠?〉 신설공사를 지금 하고 있는 중이고요."

대안으로 버스도 타봤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배재현]
"저상버스를 많이 이용하지는 못했어요. 환경상. 〈사람들이 많은 때는요?〉 겁나죠. 타기가 겁나고."

40년 전 오늘, 휠체어를 타던 김순석 씨는 '서울 거리에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두 달 뒤, 서울시가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하는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혔고, 14년 뒤엔 법까지 제정됐지만 일상의 턱은 여전히 장애인들 앞을 가로막습니다.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서 똑같이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 법이 있음에도 그 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21년부터 예산을 배정해 음식점 등에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2년 13억 6천만 원을 지원해 1천8백여 곳에 경사로를 설치했지만, 올해 예산은 5억 2천만 원으로 줄고, 설치 장소 역시 6백여 곳으로 감소했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윤병순 / 영상편집 : 박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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