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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치 천민"‥교육감 선거 때도 교사들은 '입틀막'

"우리는 정치 천민"‥교육감 선거 때도 교사들은 '입틀막'
입력 2024-09-26 20:22 | 수정 2024-09-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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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다음 달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저마다 단일 후보를 내세운 가운데,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죠.

    그런데 정작 최일선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그 이유를 박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5월, 서울시의회.

    교육 현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례안 하나가 통과됐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2의 건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초·중·고교의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학교마다 공개하도록 한 겁니다.

    시험 성적으로 학교들을 줄 세우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거란 우려가 컸지만, 교사들은 정당에 소속된 시의원들에게 의견서 한 장 건네기 힘들었습니다.

    [서울 00초등학교 교사 (음성변조)]
    "'전교조냐 좌파냐' 이렇게 말하는 보수 단체들이 진짜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긴 해요. 교사들 사이에서 저희를 정치적 천민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교사들의 정치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정당 가입이 불가능하고, 출마 90일 전 사표를 내야 선출직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정치 행위' '정치 활동' 같은 추상적 문구로 제한하다 보니, 정책 제안이나 의견 개진조차 꺼려지는 겁니다.

    하지만 같은 학교 안에서 일하는 돌봄 실무사나 행정 실무사 등 공무직들은 처지가 다릅니다.

    교육감 선거 때면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처우나 업무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냅니다.

    [김지현/공립유치원 교사]
    "공무직 분들은 그렇게 급여가 인상되고 처우가 계속 높아지는데, 교사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업무) 부담만 늘어나고‥결국엔 정치 기본권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 거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교원의 정치적 권리 보장 요구가 커졌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교사들의 정치 참여가 교실의 이념 편향으로 이어질 거라는 뿌리 깊은 우려 탓입니다.

    [이선희/교사노조 정책처장]
    "학부모들도 바로 또 항의가 들어오고 그에 따라서 교사들은 징계까지도 받아야 하는 규정들이 있어요. 제도적 장치가 다 이미 되어 있어요."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교사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박정희 군사정권 때부터 교사들과 공무원들을 정치 영역으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 형사 처벌을 하는 이런 방식으로 교열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민주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현재 국회에는 초·중등 교원들의 정당 가입은 가능하게 하되, 교실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영상편집 : 김진우 / 영상취재 : 임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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