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쿠팡에 출근한 지 3일째 되던 날, 일하다 숨진 고 김명규 씨.
일주일 뒤에는 또 다른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출근 첫날 심정지로 후송됐습니다.
쿠팡 측은 짧은 근무 기간을 강조하면서 업무 과중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요.
전문가들은 바로 그 짧은 기간, 단시간에 올 수 있는 '급성 과로'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쓰러진 남편을 보고도, 아내는 잠시 기절한 건 줄 알았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일어나는 건 줄 알았어요.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고 정말 건강한 사람이었다니까요."
김 씨가 사망하고 일주일 뒤, 이번엔 58세 이 모 씨가 쓰러졌습니다.
첫 출근날 심정지로 후송됐고, 일주일 넘게 의식 불명 상태였습니다.
쿠팡의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둘 다 지병이 있었고, 근무한 시간도 짧아 업무 과중과는 전혀 무관하다'.
[시흥2 캠프 '심정지' 이 모 씨 아내]
"처음부터 '지병이 있었죠? 그러시죠?' 계속해서 가스라이팅 하듯이… 쿠팡 측은 없는 병을 함부로 '지병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들이 판단하고, 자기들이 소문을 그렇게 내는 게 어디 있어요?"
고 김명규 씨의 2023년 건강검진 결과표.
향후 10년 이내 심뇌혈관질환 발생 확률이 3.3%입니다.
사망 한 달 전에도 3.9%로, 같은 연령대 남성의 평균치였습니다.
[임상혁 녹색병원 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뇌심혈관계 질환들을 볼 때는요. 몇 가지를 봅니다. 우선 혈압. (김명규 씨) 혈압은 높지 않아요. 정상 범위에 있고. 그다음에 고지혈증 같은 걸 봅니다. 고지혈증도 없어요. 괜찮고. 당뇨도 없고."
급성 과로.
단기간에 과도한 신체적 노동 등으로 인해 급격한 이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임상혁 녹색병원 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강도가 높은 노동을 단시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나요?> 그럼요. 당연하죠. 이렇게 갑자기 큰 부하가 걸리면 혈압이 상승, 혈압의 변동이 된다든지, 그다음에 또 혈관이 수축이 돼서 이렇게 발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야간 근무에, 춥거나 더운 환경까지 더해지면 급성 과로사 위험은 더 커집니다.
지난해 1월, 쿠팡 인천3 캠프.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 심야 근무를 하던 60세 남성이 사망했습니다.
쿠팡 근무 첫날이던 그의 죽음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김철홍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산업경영학과 교수]
"급성 과로사의 개념으로 접근을 한다면 '뭐, 일을 작게 했네' 이런 것들은 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과학적이지 못한 주장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일본은 2021년 뇌심장 질환의 산업재해 인정기준을 심층 연구했습니다.
업무로 인한 과중한 부담은 장기간에 걸친 피로 누적보다, 발병에 가까울수록 영향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과로사를 판단할 때 단기간이라 해도 과중 업무를 평가하고, 심야 근무, 온도 같은 작업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강재훈 /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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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쿠팡 3일째 숨진 고 김명규‥"급성 과로 가능성"
쿠팡 3일째 숨진 고 김명규‥"급성 과로 가능성"
입력
2024-10-22 20:11
|
수정 2024-10-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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