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내년부터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병원에 가고 약국에 가는 문턱이 더 높아질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가 정책을 바꾸면서 진료비도 약값도 모두 더 내게 생겼기 때문인데요.
특히 노인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걱정이 큰데, 이유가 뭔지, 이재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69살 이 모 씨는 중증 당뇨와 고지혈증, 피부질환까지 앓고 있습니다.
매일 먹고 바르는 약만 담아도 한 통 가득입니다.
[이 모 씨/기초생활수급자 (음성변조)]
"눈도 당뇨 망막증으로 인해서 실명 이게 온다고 그러고 딱 그냥 그 밥만 입에 풀칠하는 것밖에 없어요."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씨의 한 달 수입은 70여만 원 남짓한 생계급여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병원비는 기초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의료급여 덕분에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본인부담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기로 한 겁니다.
이 씨처럼 근로능력이 없는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동네 의원에서는 천 원, 대학병원에선 2천 원만 내면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턴 의원에선 진료비의 4%, 대학병원에선 진료비의 8%를 부담해야 합니다.
약국 비용도 500원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약값의 2%를 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이 씨의 연간 의료비 자기부담금은 17만 원에서 30만 원가량으로 12만 원 넘게 늘어납니다.
[이 모 씨 / 기초생활수급자 (음성변조)]
"우리 같은 사람은 5천 원도 크거든요. 차비 아까워서 전철이 안 다니는 데는 버스 타기도 돈 아까워서 어디 외출도 잘 못하는‥"
정부는 과잉의료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7월)]
"진료비는 지속적으로 인상되었지만 의료급여 본인 부담은 정액제로 운영하여 실질 본인 부담이 계속 하락하고‥"
하지만, 빈곤층의 건강 악화로 '건강 불평등'이 심화될 거란 비판이 나옵니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아픈 것을 통제할 수 없는데, 병원에 가는 것을 통제하라는 주문일 뿐인 거잖아요."
정부는 본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창인, 독고명 / 영상편집 :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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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재욱
"우리에겐 5천 원도 큰돈"‥의료급여 정률제에 '빈곤층 건강 악화'
"우리에겐 5천 원도 큰돈"‥의료급여 정률제에 '빈곤층 건강 악화'
입력
2024-10-22 20:20
|
수정 2024-10-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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