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 뒤로 보이는 건 멀쩡한 마을과 집이 물에 잠겨 사라지고 있는 방글라데시 남부의 모습입니다.
국토의 80%가 저지대인 방글라데시는 전 세계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인데요.
2050년까지 2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먼 미래가 아니죠.
이미 현실이 된 기후 위기 현장을 기후환경팀 김민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세 시간 넘게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던 보트 너머로 작은 섬마을이 나타납니다.
위태로운 마을의 모습.
나무 밑동과 집의 기둥이 다 물에 잠겨있습니다.
다른 집들과의 연결로가 끊긴 채 홀로 물에 떠있는 집들도 여럿입니다.
방글라데시 서남부, 갠지스 삼각주에 위치한 마을 칼라바기.
칼라바기의 집들은 이렇게 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져 있는데요.
이 집을 받치는 기둥은 하루에 절반 이상은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상 가옥인 겁니다.
집 안은 어른 둘이 간신히 몸을 누일 정도의 공간뿐입니다.
[존도 탄다르/칼라바기 주민]
"<원래는 여기 차가 들어왔나요?> 네. 전기도 들어왔고 태양광 발전 설비도 있었어요."
길도, 전기도 끊긴 섬이 된 지는 불과 3년.
마을의 모습이 원래 이렇지 않았습니다.
위성사진으로 본 칼라바기의 모습입니다.
2011년만 해도 강에 둘러싸인 긴 반도 형태의 마을이 비교적 온전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마을 폭이 점점 좁아지더니 2019년쯤 길이 끊어지고, 2022년엔 마을 절반이 잘린 듯 물에 잠기고 일부는 섬이 됐습니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해수면 상승과 열대성 폭풍, 지반 침하 등의 영향 때문입니다.
방글라데시 해안은 지난 25년 동안 26cm, 연평균 11.6mm의 해수면 상승이 발생했습니다.
논과 밭이 물속에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등졌습니다.
3년 전 칼라바기를 떠난 묵따 둘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집은 이제 흔적도 없고, 물에 잠긴 나무와 전봇대가 위치를 짐작하게 합니다.
[묵따 둘/칼라바기 이주민]
"원래 여기가 우리집이 있던 곳이에요. 여기 집들이 더 있었어요. 다들 마을을 떠났어요.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가족들과 함께 17킬로미터 떨어진 이주민 정착촌으로 옮겼지만 이곳의 상황도 녹록치 않습니다.
집들은 대부분 이제 방 한 칸이랑 주방처럼 사용하고 있는 다용도실이 하나 있고 화장실은 이렇게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묵따 둘/칼라바기 이주민]
"지내는 건 할 만 해요. 하지만 문제는 여기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간신히 먹고 살고 있어요. 정말 힘듭니다."
칼라바기 북동쪽으로 2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항구도시 몽글라.
배삯 2백 원을 내고 공장으로 출근하는 이들 상당수는 기후변화로 고향을 등진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도시 주변이 안전한 건 아닙니다.
몽글라 인근의 칠라 바자르.
활기찬 시장 바로 옆, 주민들이 줄을 지어 둑을 쌓고 있습니다.
여러 채의 집과, 축구도 할 수 있었던 넓은 강변이 물속에 잠겼습니다.
[바르빈 술타나/칠라 바자르 주민]
"분명히 기억하는데 우리집이 저쪽에 있었어요. 여기서 멀었죠. 원래 집은 강에 잠겨버렸어요. 보다 안쪽으로 이사해야만 했죠."
기후변화에는 국경이 없지만 그 피해는 유독 저개발 국가에서 도드라집니다.
방글라데시 남부 삼각주의 해수면은 2050년 32cm, 2100년에는 88cm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2050년까지 2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 전인제/ 영상편집 :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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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욱
[아시아임팩트] "집과 마을이 가라앉았다" 해수면 상승이 파괴한 방글라데시 해안
[아시아임팩트] "집과 마을이 가라앉았다" 해수면 상승이 파괴한 방글라데시 해안
입력
2024-10-23 20:37
|
수정 2024-10-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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