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다음 주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가 돌아옵니다.
참사 희생자 159명 중 26명은 외국인이었고, 그 중엔 24살 생일을 앞두고 있던 호주 여성 그레이스 씨도 있었는데요.
우리 정부로부터 유감이나 사과의 말 한마디도,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는 유족들이, 2주기를 맞아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정한솔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그레이스가 나고 자란 시드니의 작은 마을 벨필드입니다.
집에는 그녀를 먼저 보낸 어머니와 두 동생이 남았습니다.
[조안/그레이스 어머니]
"안녕하세요."
영화제작자를 꿈꾸는 당찬 20대였고, 밝은 성격에 늘 주변엔 사람이 많았습니다.
다정한 딸이자, 롤모델인 언니였습니다.
[레베카/그레이스 동생]
"언니는 저한테 편안한 공간 같았어요. 언니가 저한테 해준 조언들을 모두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가족들은 아직도 그녀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조안/그레이스 어머니]
"그레이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게 힘들어서 가구를 다 바꿨어요."
친구를 만나러 한국을 찾은 그레이스는 24살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둔 10월 29일, 이태원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찍은 즉석 사진이 마지막 얼굴이 됐고 경복궁 입장권은 유품이 됐습니다.
[조안/그레이스 어머니]
"(참사 당일) 놀러 나가는 걸 기대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마지막 대화였어요. 끝은 너무 힘들지만, 한국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한국 정부의 대응은 장례비와 항공료 지원이 전부였습니다.
[조안/그레이스 어머니]
"다른 지원이나 연락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심지어 유감이나 사과의 말도 못 들었어요. 전화 한 통 없었어요."
가족들은 직접 한국을 찾기로 했습니다.
[조안/그레이스 어머니]
"어려운 일인 거 알지만 그래도 한국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적으로 그게 좋을 것 같아요."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2년 만에 이태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으로 딸이 숨진 골목 안을 구석구석 걸었습니다.
가족들은 그 골목에서 서로 부둥켜 안았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유족들은 왜 사고를 막지 못했는지,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조안/그레이스 어머니]
"궁금한 게 더 많아졌어요. 너무 어렵네요. 그럴 줄은 알았지만…여기 와서 치유 받기를 원했는데 상처가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어머니는 내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제에서 그레이스에게 쓴 추모 편지를 읽을 예정입니다.
MBC뉴스 정한솔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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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한솔
'10.29 참사 2주기' 이태원 찾은 호주 유족 "궁금한게 더 많아졌어요"
'10.29 참사 2주기' 이태원 찾은 호주 유족 "궁금한게 더 많아졌어요"
입력
2024-10-25 21:59
|
수정 2024-10-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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