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반도체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노동자가 30대에 희귀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법원은 이 노동자가 노출돼온 유해물질이 발암물질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암 발병 원인이 아니라고 속단할 수 없다며 산업재해로 인정했습니다.
유서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에서 15년가량 일하다 4년 전 37살에 희귀암 진단을 받은 남성.
콩팥 위 호르몬 분비 기관인 '부신'에 악성 종양이 생겼습니다.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작업 환경에서 노출될 수 있는 유해 물질과 질병의 연관성을 인정할만한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부신암 발병 원인 자체가 아직 의학적으로 불명확하고, 유해물질과 연관성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는 겁니다.
['부신암' 발병 반도체 노동자(음성변조)]
"이런 병을 얻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얻은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거고요."
서울행정법원은 산업재해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클린룸'으로 불리는 특수 밀폐 공간에서 일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남성이 취급한 수십 종류의 물질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인 건 분명하고, 위험 기준을 초과하지는 않았더라도 환기가 제한된 클린룸에서는 서로 결합하거나 상승 작용을 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암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를 보면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을 때입니다.
백혈병처럼 "반도체 노동자가 일하다 걸릴 위험이 높다"고 연구로 증명된 사례들로 제한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발암물질이 아니라 하더라도 유해물질의 잠재적 위험성에 주목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임자운/원고 측 변호사]
"노동자들의 희생을 지적하면서, 산재보험제도가 그 희생을 보상할 수 있도록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넓게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남성은 병원비만 지금까지 1천만 원가량 썼습니다.
소송을 내고 승소까지 2년 9개월 걸렸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편집: 임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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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유서영
희귀암 반도체 노동자 산재 인정‥"질병 업무 관련성 폭넓게 인정"
희귀암 반도체 노동자 산재 인정‥"질병 업무 관련성 폭넓게 인정"
입력
2024-10-25 22:12
|
수정 2024-10-2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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