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내란 사태 당시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상당수 계엄군 병사들이 상관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보고, 명령 이행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외부 장소에 대기하거나 주변을 배회하는 등의 행동으로 계엄에 적극 가담하는 것을 피한 건데요.
하지만 이들에게 명령을 내린 윗선, 즉 책임 있는 지휘관들은 이제 와서야 잘못된 명령이었다고 사과하고 나섰습니다.
차현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계엄 선포 뒤 국회를 장악하라는 임무를 받은 707 특임대.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소총까지 들었지만, 국회 문을 막고 있던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한 뒤에도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심지어 한 계엄군은 계엄 해제안이 가결된 이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여러 차례 허리 숙여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치인 체포와 선관위 장악 지시를 받은 방첩사령부 대원들도 위법한 명령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방첩사 요원들이 과천 중앙선관위로 이동 중이던 4일 새벽 1시를 넘은 시각.
병력 출동을 명령한 정성우 1처장이 5층 법무실을 찾았습니다.
선관위 진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법무장교 7명 모두,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가 절차적, 내용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며 임무 수행을 강하게 만류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정성우/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법무실에 들어갔을 때 7명 전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엄법 포함해서 각종 자료들 들고 있으면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현 상황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있었고…"
이미 출동한 방첩사 부대원들도 선관위 출동을 불법적인 지시로 판단했습니다.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않은 채 근처 휴게소에서 대기하는 한편, 국회에 파견된 요원들은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주위를 배회한 겁니다.
이들과 달리 지휘관들은 법적 검토도 없이 위로부터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박안수/전 계엄사령관]
"뭘 어떻게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은 별로 없었고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곽종근/특수전사령관]
"초기에 투입될 때 지금 되돌아보면 명령을 수령할 때부터 '안 됩니다'라고 거부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는 합니다."
위법명령을 거부한 부대원들의 상식적인 판단이 결국 '내란 세력'의 계엄 시도를 실패로 이끌었던 셈입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편집: 장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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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현진
국회 배회하고, 휴게소에서 대기‥'위법명령 거부'로 쿠데타 막았다
국회 배회하고, 휴게소에서 대기‥'위법명령 거부'로 쿠데타 막았다
입력
2024-12-10 19:18
|
수정 2024-12-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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