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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사라지는 마을 주민들, 남극특별보호구역 171

[기후환경 리포트] 사라지는 마을 주민들, 남극특별보호구역 171
입력 2024-01-22 07:38 | 수정 2024-01-2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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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PA 171.

    우리나라가 관리하는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 펭귄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모진 풍파에 표지판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숫자 171은 17만 남았습니다.

    이곳은 남극 세종기지가 있는 킹 조지섬의 해변입니다.

    세종기지에서는 도보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입니다.

    이곳이 펭귄 마을입니다. 남극해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수천 쌍의 펭귄들이 모여 장관을 이룹니다.

    펭귄들은 짝을 짓고 번식하기 위해 이곳으로 옵니다.

    어미 펭귄이 둥지에서 새끼를 품고 있습니다.

    둥지 하나는 보통 아빠와 엄마 펭귄, 그리고 알 두 개나 새끼 두 마리로 구성됩니다.

    엄마와 아빠는 번갈아 둥지를 지키며 먹이를 잡으러 갑니다.

    엄마 아빠가 임무를 교대할 때는 항상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요란한 교대식을 합니다.

    남극 펭귄 마을에 눈이 내립니다.

    펭귄들은 눈을 맞으면서도 둥지를 지킵니다.

    둥지에서 한눈을 팔았다간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이렇게 도둑갈매기가 펭귄의 알과 새끼를 잡아먹기 위해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펭귄 마을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두 종류의 펭귄이 보입니다.

    주황색 부리와 머리에 헤드폰을 낀 듯한 흰색 무늬를 가진 건 젠투펭귄입니다.

    턱 아래까지 줄무늬가 특징인 이 펭귄은 턱끈펭귄입니다.

    가끔은 다른 펭귄도 눈에 띕니다.

    눈을 부릅뜨고 낮선 이들을 경계하는 이 펭귄은 아델리펭귄입니다.

    연구진이 펭귄들의 둥지를 하나하나 세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펭귄 마을에는 턱끈펭귄이 가장 많았습니다.

    2013년 초 이곳에선 3천3백 쌍의 턱끈펭귄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는 2,160쌍, 올해는 작년보다는 좀 늘었지만 2,580쌍이 조금 넘습니다.

    턱끈펭귄의 둥지가 급감한 이유는 뭘까요?

    번식 환경이 악화돼 짝짓기를 하지 않는 펭귄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이러한 (환경)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부적절한 기상 조건이라든가 먹이량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번식 환경 중 먹이부터 살펴보면, 펭귄들의 주식인 크릴이 줄었습니다.

    연구진은 턱끈펭귄은 먹이의 80-90%를 크릴에 의존하는데, 남극의 크릴이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남극해의 크릴은 크게 감소해 1970년 기준으로 약 80%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크릴이 감소한 원인은 인간에 의한 남획, 그리고 기후변화로 크릴이 산란할 수 있는 얼음이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의 효과는 해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펭귄 마을 주변에 거대한 빙산이 나타났습니다.

    세종기지와 펭귄 마을 주변에선 빙하가 깨지며 생긴 빙산과 유빙이 끊임없이 출현합니다.

    [김기현/세종기지 기상대원]
    "빙벽이 무너진다거나 빙산이 분열돼 기지 주변에 유빙은 하루에도 수차례 목격되고 있습니다."

    펭귄 마을의 기온은 10년마다 0.6도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변 빙벽은 매년 100m씩 붕괴되고 있고, 눈으로 덮였던 땅은 곳곳에서 맨땅을 드러냈습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펭귄들이 산란을 준비하고 알을 낳고 부화하는 데 필요한 생리적인 변화는 그렇게 빠른 기상 변화에 맞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짝짓기하는 펭귄이 줄면 출산율도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어린 펭귄들이 감소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개체군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펭귄들도 이제 인구 절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이곳 펭귄 마을보다 더 혹독한 남극 대륙에 터전을 잡은 황제펭귄은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반면 개체 수가 늘고 있는 펭귄도 있습니다.

    펭귄 마을의 다른 주민인 젠투펭귄의 둥지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젠투펭귄은 기온 상승에 맞춰 부화시기를 2주나 앞당겼고, 먹이도 급감하고 있는 크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젠투펭귄은 빠른 기온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적응을 할 수가 있지만, 턱끈펭귄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턱끈펭귄이 젠투펭귄에 비해 기후 위기에 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린 펭귄들이 또래 무리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엄마와 아빠 펭귄은 부지런히 언덕을 오르내리며 가족을 돌봅니다.

    도둑 갈매기는 오늘도 한눈을 파는 펭귄들이 없나 살피며 어슬렁거립니다.

    해변에서는 웨델해표 한 마리가 기분 좋게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극과 지구의 기후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펭귄 마을의 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종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지거나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아낸 우리 행성의 역사였습니다.

    펭귄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죠.

    우린 괜찮을까요?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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