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12.12 군사 반란군에 맞서다가 23살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고 정선엽 병장.
정 병장의 의로운 죽음은 그저 사고로 은폐되다가 43년 만인 재작년에 비로소 바로잡혔는데요.
법원도 국가가 정 병장의 사망을 왜곡하고 진실을 숨겨왔다며 유족들에게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혜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선엽 병장은 국방부 벙커를 지키던 초병이었습니다.
정 병장은 반란군의 항복 요구를 거부해 실탄 4발을 맞고 숨졌습니다.
신군부는 총기사고였다며 진실을 감췄습니다.
국방부는 43년이 흐른 재작년에서야 정 병장의 죽음을 '전사'로 바로잡았습니다.
정 병장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4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정정자/고 정선엽 병장 큰누나(지난해 12월 12일)]
"화가 그냥 머리끝까지 차서 화로 돌아가셨어. 눈만 감으면 밤낮으로 아들, 아들만 부르고…"
정 병장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8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 사망사고'라고 순직으로 처리했다"며 "국가가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허위사실을 고지해 유족들은 충분히 당시에 애도하지 못했을 걸로 보인다"며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정 병장의 생명과 자유, 유족들의 명예 감정 등이 침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민/유족 측 변호인]
"위자료 청구 사건으로는 인정된 금액이 그렇게 낮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이제 사법부가 이 군사 반란에 대해서 엄벌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있는 것이죠."
국방부는 또 재판 내내 순직으로 처리된 뒤 순직연금을 받아왔으니 별도의 위자료를 줄 수 없다, 설사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이 생겼더라도 그 시점은 전사자로 확정된 2022년부터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규상/고 정선엽 병장 동생]
"지금 현재 44년, 이렇게 흘러가는데 정부로부터 국방부로부터 전혀 애도라든가, 위로라든가 그런 건 전혀 없었죠."
유족들은 소송과정에서 정부의 이런 태도 역시 상처가 됐다며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이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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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혜리
'12·12 맞서다 전사' 고 정선엽 병장‥"국가 배상해야"
'12·12 맞서다 전사' 고 정선엽 병장‥"국가 배상해야"
입력
2024-02-0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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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4-02-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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