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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 놓고 지원은 '찔끔'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 놓고 지원은 '찔끔'
입력 2024-02-21 07:37 | 수정 2024-02-2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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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0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크게 바뀌었지만 재작년 수원 세 모녀 사건, 지난달 태안 일가족 사건.

    비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가 지난해 발굴된 57만 명의 자료를 추적해 우리 공적지원의 현재를 짚어봤습니다.

    조국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수시로 눈을 비비고, 땅을 내려보며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행인과 부딪힐 뻔한 위기도 여러 차례.

    돈이 없어 수술을 미루는 사이 중증 백내장이 악화되면서 73살 김 용 씨의 시력은 이제 실명을 우려할 정도가 됐습니다.

    [김용/73세]
    "한두 달 안에 (수술) 안 하면 위험하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고령에, 직업도 없이 혼자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김 씨에게 2백만 원이 넘는 수술비는 너무 큰 돈.

    기초 생활 의료급여를 알아봤지만 딸이 부양의무자로 등재돼 있는 김 씨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긴급복지도 해당 수술이 '시술'로 구분돼 있다는 이유로 거절.

    구청과 보건소에도 호소해 봤지만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김 씨 사정을 안타까워 한 공무원이 민간 재단 7곳의 문을 두드린 뒤에야 가까스로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다 작년 유방암으로 실직해 기초생활 의료급여를 신청했던 여성은 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11년 전 이혼한 전 남편한테 금융정보 조회 자필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동사무소의 요구.

    혹시 양육비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이 모 씨/기초생활 수급 신청(음성변조)]
    "애기 아빠가 연락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그랬더니 "그러면 (지원) 못 받으세요" 이렇게‥"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위기의 가구 발굴 체계를 대폭 개편했습니다.

    위기 감지 지표는 18개에서 44개로 늘렸고, 이에 따라 발굴 건수는 2017년 29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10월까지 117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MBC는 지난 3년간의 정부 발굴 자료를 입수해, 지난해 1월부터 열 달 동안 지원 대상으로 분류된 57만 9천여 명의 발굴 이후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이중 생계·의료급여 등을 계속 받을 수 있어 '약자복지'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된 건 2만 3백 명, 3.5%에 불과했습니다.

    2021년 4.3%, 22년 4.2%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세부적으로 생계급여 1만 8백 명, 의료급여는 1천2백 명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긴급복지 지원 2.7%, 차상위 0.9% 등 대표적인 공공복지의 혜택을 받은 건 1백 명 중 7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1회성, 단기 지원 성격의 민간 단체에 연계된 채 종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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