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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처음 1월 중순에 눈 뜬 개구리, 양서류 덮친 가혹한 운명

[기후환경 리포트] 처음 1월 중순에 눈 뜬 개구리, 양서류 덮친 가혹한 운명
입력 2024-02-26 07:42 | 수정 2024-02-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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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잠에서 깬 두꺼비들이 저수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두꺼비가 두꺼비를 업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래가 암컷, 위가 수컷입니다.

    두꺼비는 겨울잠에서 깬 뒤 가장 가까이 있는 상대를 선택해 산란하러 갑니다.

    올해 대구 망월지 주변에서 두꺼비의 집단 이동이 포착된 건 2월 14일.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 날씨에 올해는 예년보다 보름이나 빨리 두꺼비가 겨울잠에서 깼습니다.

    지리산 개구리들은 두꺼비들보다 더 빨리 잠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이곳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 일원입니다.

    1월인데도 얼음이 녹고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릅니다.

    너른 바위에 물이 고인 웅덩이가 보입니다.

    웅덩이 한쪽에 살얼음이 얼어 있고, 주변에는 젤리 같은 물질이 떠 있습니다.

    큰산개구리의 알입니다.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 알 가운데 검은 점이 빠짐없이 박혀 있습니다.

    이 검은 점 하나하나는 수정란으로 올챙이가 되고 개구리가 될 부분입니다.

    수정란이 검은 이유는 자외선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한 겁니다.

    개구리들이 여기만 알을 낳은 게 아닙니다.

    인근 수풀 옆 웅덩이에서도 막 낳은 개구리알 수백 개가 발견됐습니다.

    [배옥경/시민과학자]
    "이거는 오늘 나온 알일 거예요. 훨씬 탱글탱글하고 약간 포도알 같은 느낌."

    알을 낳았다는 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깼다는 뜻입니다.

    큰산개구리 성체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이 개구리는 특히 우는 소리가 특이합니다.

    이곳 지리산의 큰산 개구리는 대한이 오기도 전에 알을 낳았는데요.

    1월 중순에 첫 산란이 관측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진원/국립공원 연구원]
    "대부분 2월 중순쯤에 큰 산개구리들이 산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요. 올해는 1월 19일로 관찰한 이래 가장 빠른 산란을 보였습니다."

    올겨울은 1973년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따뜻합니다.

    기록적인 고온이 개구리의 생체시계를 빠르게 돌린 겁니다.

    이런 상황은 개구리에게 큰 위기입니다.

    알에서 올챙이가 되는데 1달,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데 또 두 달이 걸립니다.

    이때 강추위가 닥치면 어떻게 될까요?

    [송재영/국립공원 생태연구부장]
    "날씨가 추워지면 물이 위에서부터 서서히 얼기 때문에 (위에서 어는 경우) 알이 얼어 죽는다고 봐야 되거든요."

    개구리알 주변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알을 발견한 지 2~3일 뒤 한파가 닥쳐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렸습니다.

    며칠 뒤 얼음이 녹았지만, 일부 알은 검은 수정란이 하얗게 변해 손상됐습니다.

    [채영순/시민과학자]
    "(개구리 알이) 얼음에 붙어 있어서 얼었던 부분이고 상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개구리가 된 뒤에는 먹고 사는 것도 큰일입니다.

    개구리는 거미나 곤충을 먹는데, 너무 일찍 나오면 먹이가 없습니다.

    실제로 산란지 곳곳에서 얼어 죽거나 탈진해 죽는 개구리가 목격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채영순/시민과학자]
    "(개구리가) 한파에 알 낳으러 나왔다가 죽는 모습을 볼 수가 있거든요."

    기후변화는 서식지 파괴와 전염병에 신음하는 개구리 등 양서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발표한 멸종위기종의 비율입니다.

    파충류 21%, 포유류 25%, 양서류는 41%로 양서류의 위기가 가장 심각합니다.

    2000년대 들어 양서류가 급감한 제 1 원인을 분석한 지도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식지 파괴, 중국은 남획, 유럽과 남미에서는 항아리곰팡이와 라나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고 있습니다.

    북미와 남미, 호주에서는 기후변화가 제1 원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박대식/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기후변화가 온도나 강수량 같은 것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고 기존에 있던 질병인데 실제로 병으로 발병해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도 매우 많이 늘고 있습니다."

    항아리곰팡이는 무좀처럼 개구리의 피부에서 증식합니다.

    개구리는 피부로 숨을 쉬기 때문에 곰팡이 포자가 피부의 숨구멍을 막아 개구리를 죽입니다.

    양서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라나바이러스 피해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박대식/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라나가 개구리라는 참개구리라는 뜻이거든요. 변온 동물들 그중에서도 양서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름이 라나바이러스거든요."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는 양서류의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더 많은 양서류가 치명적인 병에 걸리고 집단 폐사에 이어 멸종위기로 내몰리는 겁니다.

    물과 뭍을 오가는 양서류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를 잇는 허리와 같습니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만큼 취약하기도 합니다.

    [박대식/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양서류 같은 경우는 물이 문제가 생겨도 문제가 되는 그룹이고 땅이 문제가 생겨도 문제가 되는 그룹이고 그러다 보니까 거의 두 배 정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생물 그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서류가 사라지면 다른 생태계도 위기에 빠지고 결국 인간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송재영/국립공원공단 생태연구부장]
    "양서류 자체가 감소하면 먹이 사슬의 중간 단계가 없어지기 때문에 (생태계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점점 가팔라지는 기후변화와 사라지는 개구리 울음소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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