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주 4.3 사건이 오늘로 76년이 됐습니다.
빨갱이와 폭도로 몰린 제주주민들은 판결문조차 없는 군사재판에서, 사형에 처해지거나 감옥으로 보내졌는데요.
재심으로 70여년만에 낙인을 벗은 주민들을, 김상훈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1948년, 토벌대는 마을을 불태웠습니다.
오영종 할아버지는 18살이었습니다.
산으로 도망쳐 숨었는데, 이듬해 다리에 총을 맞고 붙잡혔습니다.
난데없이 '빨갱이'라며 군사재판에 세워졌고, 징역 15년형이 선고됐습니다.
[오영종 (94세)/4.3 수형 생존자]
"재판 받았을 때는 형기도 모르고 재판 일정도 (모르고)… 트럭으로 가득 실려서 (모르는 데로) 갔어요."
7년 옥살이 끝에 가석방됐지만, 남은 가족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빨갱이' 낙인과 경찰의 감시 아래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 군사재판 70년 만인 2019년, 오 할아버지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오영종 (94세)/4.3 수형 생존자]
"한없이 기쁘지. 지금까지 아무런 죄 없이 살다가, 무죄라고 하니깐 얼마나 기뻐. 그래서 모여서 만세도 부르고‥"
4.3 당시 군사재판을 뒤집은 첫 판결.
이후 정부는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수형자들을, 검찰과 법원이 직권으로 재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1살 나이 가족을 모두 잃은 김축생씨 자매.
폭도로 몰려 사라진 아버지와 오빠 3명은, 아직도 유해조차 못 찾았습니다.
[김축생(87세) 김신생(91세)/4.3 희생자 유족]
"우리 오빠들 셋 다 죽고, 아버지 다 죽고, 조카들 다 죽고… 이런 집안이 어디 있어요?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저는…"
검찰과 법원은 이들 가족의 재심을 열었고, 자매는 아버지·오빠를 대신해 법정에 섰습니다.
[김축생/4.3 희생자 유족 (작년 4월)]
"'폭도'라는 말을 들으면 소름이 돋습니다. 저는… 무슨 죄가 있길래, 3살 난 조카들까지 죽여버렸습니까?"
공소장도 판결문도 없는 무법천지 군사재판에선 2천 5백여 명이 유죄였습니다.
이중 1천 7백여 명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70년이 지나도록 4.3은 여전히 재심 중입니다.
[강건/4.3 재심 전담재판부 판사(작년 11월)]
"제가 이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습니다. 증거가 없습니다.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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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김상훈
김상훈
70년 만에 지운 빨간줄‥4·3 피해자에 "무죄"
70년 만에 지운 빨간줄‥4·3 피해자에 "무죄"
입력
2024-04-03 07:15
|
수정 2024-04-0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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