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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산양 절반 가까이 폐사‥피해 키운 '울타리'

폭설로 산양 절반 가까이 폐사‥피해 키운 '울타리'
입력 2024-04-19 07:39 | 수정 2024-04-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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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멸종 위기종 산양이 지난 겨울 동안 국내 서식 개체 절반 가까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폭설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전국 곳곳에 설치돼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되고 있는데요.

    현장 취재한 기후환경팀의 양소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일단 산양 주요 서식지를 다녀왔다고요?

    ◀ 기자 ▶

    네, 하루 동안 강원 인제군 미시령옛길, 한계령, 그리고 양구군을 돌아보고 왔는데요.

    이 곳들 모두가 대표적인 산양 서식지입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에 해당하는데요.

    저도 살아있는 산양을 만난 건 아니고요.

    안타깝게도 죽은 산양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본 건 대여섯 살쯤 된 수컷 산양이었는데요.

    죽은 지 한 달쯤 됐으니까 약 3월 초순쯤 죽은 것으로 추정이 됐습니다.

    그때는 강원 지역에 여전히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기온도 낮았을 텐데요.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탈진해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겁니다.

    근처에서 다른 산양 사체도 발견이 됐는데요.

    뿔의 크기로 보면 지난해 봄에 태어나서 올겨울을 넘기지 못한, 그러니까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새끼 산양이었습니다.

    이 어린 산양은 산에서 녹은 계곡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왔지만 불과 8m 정도 되는 도로 너머에 있는 저 철책을 넘지 못하고 탈진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그림/녹색연합 공동대표]
    "산양들의 습성이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내려와서 살 길을 찾아요. 이런 펜스(울타리)로 다 지금 차단돼 있어서 살 길이 막힌 거죠."

    지난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왔잖아요.

    그래서 산 양들이 먹이를 찾으러 산에서 내려왔지만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헤매다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실제로 새끼 산양 사체는 바짝 말라서 가죽만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밖에도 계곡 아래에서 7살 남짓 된 산양이 죽은 채 발견됐고요.

    저희 취재진이 하루 동안 발견한 산양 사체만 모두 5구였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전국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산양은 신고된 것만 747마리입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산양의 1/3에서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수입니다.

    ◀ 앵커 ▶

    산양이 울타리에 고립됐다 구조됐다는 뉴스는 계속 해서 나온 것 같거든요.

    이 울타리를 열거나 철거하는 방법은 없었던 겁니까?

    ◀ 기자 ▶

    우선 울타리가 생긴 배경을 봐야겠죠.

    5년 전에요, 2019년이죠.

    경기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례가 나왔습니다.

    당시 축산 농가들에 감염이 퍼질 거라는 우려, 또 돼지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도 컸는데요.

    그렇다 보니까, 환경부가 이후에 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가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 곳곳에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울타리가 2022년까지 경기와 강원, 충북, 경북 지역에 모두 1,831km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79km가 강원 지역에 설치돼 있어요.

    여기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운 울타리까지 더하면 그 길이는 더 늘어납니다.

    정부는 돼지열병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고, 그래서 여전히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울타리 때문에 다른 야생 동물이 피해를 입는다는 건데요.

    보신 것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 동물들의 이동을 막아서 생존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요.

    다른 계절에도 동물들의 이동을 어렵게 해 로드킬 등을 당하게 할 위험도 높습니다.

    지적이 계속되니까 정부가 최근에서야 울타리 일부 구간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강원 북부 지역 다섯 구간에 폭 4미터로 세 곳씩 열어서 동물들의 이동통로를 확보해준다는 계획입니다.

    ◀ 앵커 ▶

    들어보면 울타리는 정말 긴데 통로가 될 구간이 너무 적고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 기자 ▶

    네, 보시면 다섯 구간에 폭 4미터, 이렇게 3곳이면 모두 60미터 정도 되는 거거든요.

    앞서 보셨듯 강원 지역에 정부가 세운 울타리만 1,200km에 달하죠.

    단순히 길이로만 비교해봐도 2만분의 1 수준인데다 사람도 아닌 산양이 도대체 어디가 개방구간인지 알고 찾아가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야생동물 입장에서는 이쪽에 구멍이 뚫렸는지 안 뚫렸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것이고요. 산양이 폐사했던 위치나 구조했던 위치, 산양이 출현했던 위치, 이런 위치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그러니까 최소한 산양의 이동 습성이나 동선이라도 조사하고 분석한 뒤에 개방 구간의 위치와 개수를 정해야 한다는 거죠.

    이 밖에도 지금 산양 보호, 관리를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나눠서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산양 관련 업무가 비효율적이어서 제대로 안 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 역시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 앵커 ▶

    네, 기후환경팀 양소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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