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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걸으면 고과"‥순찰차 세워놓고 러닝머신

"많이 걸으면 고과"‥순찰차 세워놓고 러닝머신
입력 2024-05-03 07:21 | 수정 2024-05-0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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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제주도에서 순찰차를 놔둔 채 곳곳을 걸어다니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기부행사 참여라고 하는데, 그 이면에 인사고과를 내세운 윗선의 강요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태윤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제주시의 한 해수욕장 입구.

    경찰관들이 차량을 세워둔 채 걷기 시작합니다.

    해변길을 따라 시작된 발걸음은 백사장으로, 도로변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순찰을 하며 걸음수에 따라 기부가 되는 걷기 행사에 참여 중인 겁니다.

    제주도 곳곳을 걸어다니는 경찰관들은 한 달 전부터 부쩍 늘었습니다.

    제주경찰청이 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석 달간 하루에 6천 보씩을 걸으면 범죄피해자들에게 5천만 원을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한 이후부터입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문제는 상당수 경찰관들에게 강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겁니다.

    일선 경찰서들은 걷기 실적이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며, 경찰관들에게 휴대폰에 걸음수가 측정되는 앱을 깔도록 지시했습니다.

    행사 앱에 경찰관 개인별, 경찰서별 걸음수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경찰서 간 경쟁도 더해졌습니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근무시간에 러닝머신을 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

    [제주 OO경찰서 경찰관(음성변조)]
    "'어떻게 이렇게 1등을 하냐' 하니까 제일 좋은 건 러닝머신 뛰는 게 제일 빨리 올릴 수 있다고…"

    걷기 경쟁에 내몰린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세워둔 채 멀리 걸어가는 일이 잇따르면서, 사건 대응에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걷다가 절도범을 잡는 등 우수사례가 나오면 승진과 평가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었다며, 감점은 없고 가산점을 주겠다는 거라 강요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그동안 인사고과를 앞세워 강요받아온 건 구체적인 '걸음수'였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태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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