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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음란물 쏟아지는데‥손 놓았던 검·경

눈앞에서 음란물 쏟아지는데‥손 놓았던 검·경
입력 2024-05-21 07:26 | 수정 2024-05-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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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당초 경찰과 검찰은 모두 수사에 의지를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결국 피해자들이 추적한 끝에,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라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이어서 이준범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피해자 A씨는 자신의 얼굴로 조작된 음란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곧바로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경찰서에 있는 와중에도 성적인 조롱과 압박이 계속됐지만, 경찰관이 해준 건 고소장을 쓰라는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일단은 다 캡처를 해서 빨리 이걸 (고소장을) 작성을 해 주시라' 이것밖에 없고. 당장 제 핸드폰에서 이렇게 계속 울리고, 공격이 계속 오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텔레그램이라 수사가 어렵고 지금 당장 해줄 게 없다는 말에 A씨는 고소장만 쓰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6개월 뒤,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중단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고소를 진행한 또다른 피해자 역시 같은 결과를 받자 피해자들은 직접 가해자를 찾기로 했습니다.

    음란물 합성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사용했던 거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또, 일부 피해자는 사진을 바꿀 때마다 예전 프로필 기록은 지웠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지켜본 사람으로 추정됐습니다.

    피해자들이 각자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모아 추적했더니 딱 한 명이 겹쳤습니다.

    피해자들과 서울대를 함께 다닌 남성이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저희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는 거예요. 근데 이게 피해자들이 과가 다 다르고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예요. 그런데 우연하게 정말 딱 이 한 사람을 다 아는 거죠."

    피해자들이 이 남성을 수사해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6개월 뒤 "혐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사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포렌식으로도 관련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검찰을 찾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

    다시 고검에 항고를 했지만 역시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에 이 사건을 재판에 넘겨달라며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기각되는 비율이 99%가 넘어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

    서울고등법원은 혐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기관들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조재광/경찰 출신 변호사]
    "재정신청 인용확률이 1%에 불과한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사안 자체상 경찰 수사가 더 강도 높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올해 해당 남성에 대한 재판이 열렸고,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핵심 피의자 박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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