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지난 화요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큰 후폭풍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전한 불확실성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이성일 기자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한 주가 안 됐는데, 많은 일들이 있었고,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기자 ▶
금융시장은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계엄 발령 직후 뉴욕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코스피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한 `상장지수펀드ETF'는 한 때 7.1%까지 폭락했습니다.
계엄 철회된 뒤 열린 우리 시장도 출렁이면서 지난 금요일 한 때 2400선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외환시장인데, 원-달러 환율이 계엄 사태 직후 한 밤에 1443.5원까지 3% 가까이 급등할 만큼 불안했습니다.
결국 지난주 원화는 2% 가까이 떨어지며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가장 약세를 보였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70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 앵커 ▶
처음에 큰 충격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후에는 예상보다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
이런 얘기들이 좀 있었어요.
◀ 기자 ▶
정부는 계엄 사태 직후부터, 나흘 연속 비상 회의를 이어갔고, 금융위원회는 주식시장 '10조 원', 채권 시장 40조 원 실탄을 대기시켰습니다.
외환보유도 충분하고,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괜찮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다잡은 바탕이 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계엄 사태가 수습되는 과정이 법적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속도 또한 빠르게 진행된 사실이 초기 불안을 잠재웠던 중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엄사태가 투자자 신뢰를 훼손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날이 밝기 전에 계엄령이 해제된 것은 "정치 시스템 내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 결과"라며, "신뢰 훼손을 완화할 요인"이라는 국제 신용평가사 의견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 앵커 ▶
그런데 앞으로가 좀 걱정입니다. 경제가 좀 안 좋다, 회복도 안 되고 있다,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번 계엄사태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 기자 ▶
안으로는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하강이 다가오고, 세계 경제 위축이 본격화할 조짐까지 우리 경제의 사방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금리 낮췄고, 정부도 대응책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달여 뒤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는 공세적인 관세·무역 정책으로 우리에게 까다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통상 분야는 기업의 역량 이상으로 외교 역량,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인데, 지금같은 정치 리더십의 공백은 현안이 산적한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 앵커 ▶
당장 오늘부터 시장이 열리는데 안심할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 기자 ▶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던 지난 금요일까지 상황과 달리, 주말 사이 탄핵 표결이 무산된 뒤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시장 불안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어제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책 발표하고 해외 투자자·신용평가 기관에도 설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문제는 실행을 약속할 수 없는 정책이 많다는 점입니다.
핵심인 탄핵 정국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예산안, 금융투자소득세제 유예처럼 약속했던 경제 법안은 야당 협조 없이 통과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정부 정책 역량이 크게 훼손됐다는 판단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이 받쳐주던 은행주, 가스전·원자력 발전 관련 기업 주가가 지난주 전체 시장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 그 방증입니다.
◀ 앵커 ▶
정치적 불안이 길어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겠군요.
◀ 기자 ▶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발령으로 초래된 사태,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오래 표류하고, 탄핵 정국 장기화하며 갈등이 폭발하는 시나리오가 경제에 가장 안 좋습니다.
가능성 낮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도를 낮출 위험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절차에 따라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면, 이번 사태로 훼손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반전의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계엄 사태가 "`AA`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가진 국가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한 국제 신용평가 회사의 시각, 한국시장의 취약성-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가 옳았음을 증명했다는 미국의 한 경제 평론은, 한편으로 불편하지만, 극복해야 할 목표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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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성일
[뉴스 속 경제] 계엄 사태·탄핵 표결 무산‥경제·금융시장 후폭풍?
[뉴스 속 경제] 계엄 사태·탄핵 표결 무산‥경제·금융시장 후폭풍?
입력
2024-12-09 07:44
|
수정 2024-12-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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