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내일 새벽으로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 취재 담당하고 있는 이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제 채 12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변수라고 하면 역시 날씨로 꼽히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날씨 그중에서도 바람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은데요.
일단, 발사가 가능한 조건은 초속 15m 이하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초속 10m 정도의 바람에도 발사를 연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 기상정보는 지상 10m 지점에서 잰 것이고요.
엄비리컬 타워라고 부르는 발사대는 높이가 48m에 달합니다.
연구진이 각종 점검 작업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훨씬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안전 문제로 발사를 연기한 겁니다.
또 낙뢰와 구름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요.
비행 경로에서 뇌전 현상이 발생하면 탑재체, 그러니까 누리호에 싣고 가는 인공위성에 전기적인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예전 누리호 1호부터 3호까지는 낮 시간대 누리호를 발사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저희가 현장 생중계로 전해 드리기도 했고요.
이번엔 왜 자정을 넘긴 한밤중에 4차 발사를 진행하고 된 건가요?
◀ 기자 ▶
네, 누리호 4차 발사 예정 시간은 내일 새벽 0시 54분에서 1시 14분 사이로 잡혀 있습니다.
특히 그 사이인 1시 12분쯤에는 고도 400km 궤도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이 접근합니다.
누리호가 날아가는 경로를 봤을 때, 200km 안으로 근접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건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밤중, 그 시간대에 발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탑재위성으로 실린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첫 번째 임무가 바로 지구 대기의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로라를 관측하려면, 태양광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궤도에 올려야 하는데, 지구의 자전,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 등을 감안하면 0시 54분에서 1시 14분 사이에 발사를 해야만 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겁니다.
만약 발사가 연기된다고 해도 발사 가능 시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렇다고 국제우주정거장이 가까워지는 것은 더 위험하기 때문에, 날씨를 비롯한 다른 여건이 충분하다면 0시 54분 직후 발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우주정거장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 중 하나겠네요.
누리호를 발사하는 데 다른 위험 요소는 없을까요?
◀ 기자 ▶
최대한 안전하게 하겠지만, 누리호에 들어가는 연료와 산화제만 180t이 넘다 보니까,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발사대를 중심으로 반경 3km를 육상통제구역으로 정했습니다.
발사통제동과 나로우주센터 정문까지가 포함되는데요.
이번에 현장에 간 기자들도 발사 4시간 전 연료 주입이 시작되면, 이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통제구역 바로 바깥에 있는 우주과학관에서 취재를 해야 합니다.
바다 쪽으로도 폭 24km, 길이 78km가 통제구역입니다.
발사 직후 추락할 가능성에 대비한 겁니다.
당연히 선박들은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요.
통제구역 안에 평도와 광도, 이렇게 섬이 2개 있는데요.
이곳 주민들은 미리 인근 섬이나 여수 등으로 대피한 상태입니다.
◀ 앵커 ▶
누리호는 이번이 4차 발사잖아요.
그러면 누리호도 1차에서 3차 때보다 뭔가 더 발전된 게 있는 건가요?
◀ 기자 ▶
그렇진 않습니다.
이번 4차 발사에 나서는 누리호는 3차 발사 때와 제원이 같습니다.
길이는 47m를 조금 넘고 무게는 200t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182t이 연료와 산화제입니다.
1단에는 75톤 엔진 4개가 들어가고 2단에는 75톤 엔진 하나, 그리고 마지막에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역할을 하는 3단에는 7톤 엔진 하나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같은 발사체를 다시 발사하는 이유는, 같은 제원과 성능을 지닌 발사체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기술적인 신뢰성을 높이는 '반복 발사'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신형 자동차가 나오면 일정 기간 도로를 달리게 하면서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 등을 확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앞으로 있을 5차, 6차 발사도 마찬가지로 진행될 텐데요.
이런 과정을 거쳐 우주 발사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나로호의 목표입니다.
◀ 앵커 ▶
같은 발사체를 여러 번 반복해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한 거군요.
누리호가 발사되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 기자 ▶
네, 떨어져야 할 부분이 제때 떨어지는 것, 이게 발사 과정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먼저 봐야 할 게 누리호 제일 위의 뾰족한 부분인데요.
대기 마찰에서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로 페어링이라고 부릅니다.
고도가 200km를 넘으면 대기가 얇아져서 필요가 없기 때문에 두 쪽으로 쪼개지면서 떨어집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인데요.
2009년 누리호의 전신인 나로호 1차 발사 당시, 페어링 한 쪽이 분리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이 무게 때문에 나로호가 제 속도를 내지 못했고, 그래서 위성을 궤도에 제대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누리호 1, 2, 3단의 분리가 정확한 타이밍에 이뤄지지 못해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또 분리가 될 때, 각도가 정확하지 않으면 안에서 튀어 나오는 엔진이 기체에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 앵커 ▶
각 구조물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딱 분리되어야 한다는 건데, 우주 공간으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면서 이걸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기자 ▶
네, 더구나 또 다른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중력입니다.
지구 주변 궤도를 돌기 위해선 그 궤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돌 수 있는 속도를 맞춰야 합니다.
그 속도보다 느리면, 지구 중력이 끌려서 대기권으로 추락하게 되고요.
너무 빠르면 궤도를 이탈해서 우주 미아가 됩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의 목표 고도는 600km인데요.
이 궤도에서는 초속 7.5km가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속도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위성을 올리는 3단 부분이 위성을 모두 내보낼 때까지 600km 궤도에서 초속 7.5km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이전에도 속도 유지를 못 해서 실패한 적이 있는데요.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 당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일찍 꺼지면서 위성 분리 속도가 떨어졌고, 결국 위성을 궤도에 제대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 앵커 ▶
결과적으로 이 위성들이 궤도에 남아 우주 실험과 각종 임무를 수행하게 될 텐데, 어떤 일들을 하게 되나요?
◀ 기자 ▶
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주탑재위성은 차세대중형위성 3호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개발한 위성이고요.
3가지 임무를 갖고 우주로 갑니다.
첫 번째 임무는 오로라 관측입니다.
오로라를 통해서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 정보를 알 수 있거든요.
우주 환경을 예측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이 관측을 위해서 관측 폭이 700km에 달하는 우주용 광시야 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또 고도 100km에서 1천km 구간을 전리권이라고 하는데, 자기장 관측기로 여기서 일어나는 대기의 전자활동, 플라스마도 관측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바이오캐비넷이라는 작은 실험실이 실렸습니다.
우주에서 줄기세포 배양, 3D 프린팅까지 도전합니다.
◀ 앵커 ▶
주 위성 하나만 실린 건 아니겠죠?
다른 위성들도 특징과 임무, 설명해 주시죠.
◀ 기자 ▶
네, 큐브 위성이라고 부르는 초소형 위성 12개가 함께 우주로 갑니다.
대개 가로와 세로가 10cm, 높이는 30cm 정도 되는 작은 위성들이고요.
조금 더 큰 위성도 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위성은 서울대에서 개발한 쌍둥이 위성인데요.
처음 누리호에서 빠져나올 때는 두 개가 양 옆으로 붙어서 나옵니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 분리돼서 각자 임무를 수행하다가 다시 서로 붙는, 도킹을 시도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추진장치 없이 GPS와 자세 제어만으로 하는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인하대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려 있다가 펴지는 위성을 개발했습니다.
공간과 에너지를 효율화해서 초소형 위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추락해 자체 폐기되는 위성도 있습니다.
현재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이 1만5천개 정도인데, 이 중에 2천개 정도는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서 돌기만 하는 우주 쓰레기입니다.
자체 폐기 기능으로 우주 교통사고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외에도 우주에서 약을 만드는 우주 제약에 도전하는 위성부터, 해양 쓰레기를 관측하는 위성, 그리고 반도체와 달 탐사 로버가 우주 공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위성도 있습니다.
◀ 앵커 ▶
위성 수가 13개면 무게가 상당할 거 아니에요.
◀ 기자 ▶
네, 맞습니다.
위성들 무게만 해도 거의 1t에 육박합니다.
일단 이번에 싣고 가는 위성이 모두 13개로 그동안의 누리호 발사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누리호에서 위성을 내보내는 것을 사출이라고 하는데요.
위성 수가 많다 보니까 사출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는 게 가장 걱정입니다.
그래서 먼저 주탑재위성이 누리호 3단의 진행방향 그대로 먼저 사출되고요.
그 다음에 12개 큐브 위성들은 두 개씩 서로 반대 방향으로 사출됩니다.
◀ 앵커 ▶
위성을 모두 궤도에 올리고 나면 누리호 3단은 어떻게 되나요?
◀ 기자 ▶
연료를 모두 소진하면서 엔진이 꺼진 상태이기 때문에 3단 부분이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마치면 3단 부분도 다른 위성과 함께 고도 600km의 지구 상공 궤도를 함께 돌게 됩니다.
일종의 우주 쓰레기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도 미세하게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20년에서 30년이 지나면 대기권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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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누리호, 위성 13개 싣고 우주로‥특징과 임무는?
[이슈+] 누리호, 위성 13개 싣고 우주로‥특징과 임무는?
입력
2025-11-26 15:51
|
수정 2025-11-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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