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큰 혼란을 겪은 대한민국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건 더디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킨 'K-민주주의'의 저력 때문이었습니다.
폭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불법 비상계엄을 극복한 우리 국민의 성숙한 민주의식을 전 세계가 지켜봤습니다.
이재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인 시각, 계엄군은 유리창을 깨고 본청 안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다급해진 의원들은 술렁였습니다.
"<빨리하세요.> <빨리해 주세요.> 빨리하십시오. 유리창 깨고 진입 중이랍니다."
"의장님 지금 진행하셔야 됩니다. <진행하셔야 돼요.>"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끝까지 절차를 지켰습니다.
[우원식/국회의장 (지난해 12월 4일)]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어요. 잠깐 좀 계세요. 국회의장도 마음이 급하죠. 그렇지만 절차를 틀리지 않게 해야 될 거 아닙니까."
시간은 걸렸지만, 어떠한 법적 하자도 없이 비상계엄을 끝냈습니다.
[우원식/국회의장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한 차례 부결됐던 탄핵소추안.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명, 한 명 여당 의원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박찬대/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해 12월 7일)]
"추경호 의원! <추경호 의원!> 한기호 의원! <한기호 의원!>"
절박한 호소는 결국 일부 여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렸고, 일주일 뒤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습니다.
[김상욱/당시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2월 14일)]
"바람이 있다면 이번 일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 한 층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도 인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문형배/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난 4월 4일)]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늦어지는 판결에 탄핵이 기각될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이는 모두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난 6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국민들이 생각할 때는 '늦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들은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좀 완벽한 결정을 좀 하고 싶었다."
그 뒤엔 기나긴 겨울 추위를 참고 인내하며 서두르지 않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내란을 함께 극복한 성숙한 국민들이 있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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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이재욱
평화로 불법 계엄 극복‥나라 살린 K-민주주의
평화로 불법 계엄 극복‥나라 살린 K-민주주의
입력
2025-12-03 14:06
|
수정 2025-12-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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