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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술 한류' 사업에‥"일제 덕에 경제 발전"

[단독] '학술 한류' 사업에‥"일제 덕에 경제 발전"
입력 2025-01-01 20:22 | 수정 2025-01-0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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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른바 뉴라이트 인사들이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한 역사 관련 기관장으로 줄줄이 낙점되면서, 다름 아닌 역사관련 기관들이 역사왜곡의 첨병 노릇을 할 거란 우려가 쏟아졌는데요.

    이런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일제 식민지 덕분에 한국 경제가 성장했다'는, 일본에서나 할 법한 주장과 함께 민주화를 폄훼하는 내용의 책을 한국 민족문화를 연구하는 공공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식 출간했는데요.

    심지어 예산 지원까지 받아, 이런 내용을 번역까지 해서 해외에 배포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조의명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한국 경제사 개관>이란 제목의 영문판 원서를 발간했습니다.

    한국 민족 문화를 연구하는 이 기관에서 영어 책을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 독자들을 위해, 한국 경제사의 흐름을 파헤쳤다며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읽어봤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은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조선왕조와 달리 총독부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독립 이후 일본과 경제관계가 단절된 후 한국의 산업 생산은 급격히 위축됐다.

    불완전한 통계를 내세워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 식 주장을 공공기관이 전 세계에 배포한 셈입니다.

    [전강수/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출간한 기관이 한국학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거기서 나오는 책이라고 하면 외국에서는 이게 한국의 공식 견해라고 받아들이죠."

    광복 이후 현대사에 대해서도 "1987년 민주화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틀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말합니다.

    군사정권의 개발독재를 미화하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의 민주주의 성과를폄훼하는 것으로,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1천억 달러에 못 미쳤다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성장한 수출 통계만 봐도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민철/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 지배엘리트 이념을 대변하고 있는 집단이거든요…그걸 역사적으로 과거부터 끌고 와가지고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저자는 김재호 전남대 교수.

    과거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를 미화해 논란이 된 <근현대사 대안교과서>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긴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인 김낙년 현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같은 낙성대경제연구소 출신입니다.

    김 교수는 반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이 책은 김낙년 원장과는 무관하며, 생각이 다른 학자가 있다면 그분도 영어로 책을 내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 결과 이 책은 이른바 '학술 한류' 명목으로 예산 지원까지 받았습니다.

    연구원 산하 한국학진흥사업단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며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5년간 50억 원이 지원되는 프로젝트에 이 책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저자의 요청에 따라 심의를 거쳐 전임 원장이 발간을 승인했다"며, 해당 책이 "연구원의 입장과 같거나 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조의명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한지은, 황주연 / 영상편집: 김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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